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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과 노사갈등

지난 12일 재계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노사문제에 정치권과 정부가 노동자만 편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계가 고통을 전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노사정위로부터의 탈퇴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이러한 노사간의 갈등 심화의 와중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큰 방향만을 설정한 채 어정쩡한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의 수가 크게 늘어나는 경기침체의 상황에서 노사간의 평화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문제는 이 갈등을 어떻게 해소시켜 나가느냐 하는 방법론의 선택에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80년대에는 매우 어려웠지만 현재 완전고용을 즐기고 있는 미국의 경우와 80년대에 이어 현재도 12% 수준의 높은 실업률의 고통을 안고 있는 프랑스의 경험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미테랑대통령이 좌파 다수의석을 바탕으로 집권하여 입법한 1982년의 오루법(ARROUX LAW)은 노동권 보호와 산업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사용자의 재량권을 축소하고 근로자의 발언권을 강화했으며 단체교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업률이 82년의 8.2%에서 점점 상승하여 84년에는 9.9%에 이르게 되자 85년에는 오루법의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그 이후 동법의 내용이 약간씩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왔다. 그러나 소위 「경제적 이유에 의한 고용조정」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계속해 서 존속해 왔다. 그 결과 경기침체로 기업이 어렵게 되더라도 감원 등 고용조정을 신축적으로 하기 어렵게 되어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근로자들의 새로운 기능 훈련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프랑스의 실업률이 8.2%였던 82년에 미국의 실업률은 9.7%였다. 그러나 같은 해에 대통령에 취임했던 레이건은 미테랑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노동정책의 기조를 취했다. 즉 노동시장에서의 시장기능을 강화하여 노동력의 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는 항공관제사 노조의 파업에 강력히 대응함으로써 미국 사회의 분위기를 시장기능 활성화의 방향으로 몰아갔고 국제경쟁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인식이 이러한 흐름의 밑거름이 되었다. 미국의 노조들도 파업 등 강경 투쟁은 경쟁국인 일본의 기업들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인식을 하면서 새로운 직장을 준비하기 위한 기능훈련과 재교육으로 노조 활동의 중점을 옮기게 되었다. 그 결과 미국의 실업률은 계속 낮아지게 되어 98년 현재 4.5%라는 완전고용의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92년이래 현재까지 지속적인 장기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프랑스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향의 정책이 궁극적으로 실업의 고통을 줄이고 국민복지를 증대시킬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즉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강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취업기회가 창출되어 실업자들을 흡수하는 선순환이 가장 바람직한 경제의 흐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선순환의 원리를 우리 노동계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우리의 사회 안전망이 실업자의 기본생존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고 정부나 정치권, 기업소유주들과 부유층들이 고통분담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화되고 있는 노사갈등을 미래지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구조조정을 시장원리대로 하는 원칙을 지키면서 몇 가지 보완책을 병행추진해야 한다. 우선 정부와 정치개혁이 금년 중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망할 수 밖에 없는 기업들은 워크아웃대상에서 제외시켜 퇴출시키고 기업소유주들의 경영권도 필요한 경우 과감히 박탈해야 한다. 동시에 자산관련 세제를 보완하여 부유층의 세금부담을 늘리고 그 세수를 실업자들의 생존권 보장에 활용해야 한다. 잔인한 4월을 맞지 않기 위해서 집권세력의 현명한 3월을 기대해 본다. 金廣斗 (서강대학교 경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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