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브랜드는 국내 1위의 식품업체인 CJ의 대표적인 패밀리 브랜드중의 하나로 1965년 사내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래 오랜 전통과 신뢰를 쌓아온 브랜드다. 특히 각 가정의 식생활에 꼭 필요한 설탕, 밀가루, 조미료 등의 상표로 사용되며 높은 친숙도를 자랑해 왔다. 그러나 ‘백설 식용유’의 경우 선발업체에 비해 10여 년 늦은 1979년 시장에 뛰어든 까닭에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라는 선도자의 법칙처럼 2위의 시장 지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백설식용유가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20여 년이 지난 1999년이 처음. 관여도가 낮은 제품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커뮤니케이션과 제품개선 노력을 꾸준히 더해 온 결과였다. 백설식용유의 브랜드자산 축적과정은 선도자의 법칙을 깬 흔치 않은 사례라는 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식용유 한 병을 만들기 위해 콩이 6되 반이나 필요하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줘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1998년 ‘콩 100%’ 광고 캠페인은 고객이 제품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광고를 통해 고객에게 알려주며 판매율 상승에 기여했다. ‘콩 100%로 만든 식용유’, ‘콜레스테롤이 없다’라는 광고에 대해 처음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제품 개선 차원에서도 천편일률이던 기존 식용유 제품의 디자인을 개선해 비닐 포장을 벗기고 깔끔 마개를 적용한 새로운 용기를 선보였다. 기존의 익숙한 식용유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용기를 내놓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조사를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모험에 나설 수 있었다. 새로운 용기는 내용물이 더욱 맑게 보이게 했고 잡기에도 편리하며 수납하기에도 편리해 높은 반응을 얻었다. 특히 양 조절이 가능한 크린캡(Clean Cap)을 적용, 식용유 사용시 주부들의 최대 고민 거리였던 흘러내림 현상을 해소시키며 경쟁사들 역시 백설식용유의 디자인을 모방하게 만들었다. 백설식용유 광고는 컨셉트를 뚜렷하고 일관되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증대시킨 대표적인 광고로 꼽힌다. 1998년 1차 광고에서 ‘100% 콩으로 만들었습니다.’라는 카피를 통해 소비자에게 콩 100%로 만들어 콜레스테롤이 없다는 사실을 단계적으로 알렸으며 이후 ‘새로워진 백설식용유, 양 조절이 내 맘대로’라는 카피를 통해 혁신적인 새 용기를 소비자에게 홍보했다. 이 광고에서는 오랫동안 백설식용유와 함께했던 탤런트 김혜자 대신 유호정을 새 모델로 기용, 젊은 주부들도 선호하는 합리적인 제품으로 자리잡고자 했다. 이후 ‘속상할 땐 요리하세요’ ‘남편이 고마울 땐 요리하세요’ 등 ‘~할 땐, 요리하세요’ 시리즈 광고로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로 백설식용유는 현재 식용유 시장에서 52%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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