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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국민계정] 실질국민소득 ‘제자리’
입력2004-03-23 00:00:00
수정
2004.03.23 00:00:00
성화용 기자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인 3.1%로 떨어졌는데도 1인당 국민소득은 10%(미국 달러화 기준)나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로 올라선 것은 한국은행이 국민계정 추계 기준을 바꾸면서 경제규모가 불어난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부진으로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소득이 늘었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로 들릴 수 밖에 없다.
경제성장에 대한 내수의 기여도가 `제로`에 가까워 전적으로 수출에만 의존한 극단적인 불균형 성장이 이뤄졌다는 점도 지난 해부터 올해로 이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한계다.
◇국민소득 왜 크게 늘었나=한국은행이 국민계정 편제기준을 대폭 바꿨기 때문이다. 우선 기준연도가 1995년에서 2000년으로 변경됐다. 한은은 매 5년마다 기준연도를 5년 간격으로 바꿔왔고 이번이 아홉번째다. 광공업ㆍ운수업ㆍ서비스업 통계조사 등 산업별 센서스가 추계 이용자료로 확충되면서 최근의 신성장산업 반영 비중이 커져 그만큼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늘리는 효과가 발생했다.
국민계정 편제기준을 국제기구가 요구하는 `93년도 국민계정편제기준(93 SNA)`으로 전환한 것도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 구입ㆍ개발비용이 종전(68 SNA)에는 해당산업의 `중간투입`으로 계상돼 GDP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고정투자로 처리돼 그만큼 GDP가 늘어나게 됐다. 종전에는 계상하지 않았던 사회간접자본(도로ㆍ항만ㆍ공항 등)에 대한 고정자본 소모분을 국민계정에 반영하는 등 새로운 계상항목도 늘어났다.
한은은 기준년을 1995년에서 2000년으로 바꾸고 추계방법을 개선한 데 따른 명목GDP 확대(base-up)효과를 5.7%, 93SNA로 이행한 효과를 5.2% 정도로 추산했다. 한은 관계자는 “93SNA로 바꾸기 위해 4년간 준비해왔다”며 “여기에 기준년도 변경이 겹쳐 결과적으로 신계열(새기준에 의한 국민계정 편제 결과)이 구계열에 비해 GDP와 GNI를 크게 늘리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래 최저 성장=실질GDP 성장률은 지난 2002년 7.0%의 절반도 안 되는 3.1%에 그쳤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6.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고, 경기가 부진했던 지난 2001년 3.8%에도 못 미친다. 내수부진으로 최종수요에 대한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전년의 57.3%에서 1.8%로 대폭 낮아진 반면 수출의 성장기여율은 42.7%에서 98.2%로 크게 증가했다. 내수가 전폭적으로 성장을 지탱하던 2002년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국민소득 제자리=수출이 승승장구 했지만 교역조건 악화로 실질 국민소득은 크게 늘지 못했다. 실질 GNI는 경제성장률(3.1%)을 크게 밑도는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및 통신기기 등의 가격은 계속 떨어진 반면 원유 등 수입원자재가격이 상승하면서 교역조건이 2.6%나 악화됐기 때문이다.
소비가 위축되자 저축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2.6%로 전년대비 1.3%포인트 상승했다. 저축률이 오르자 투자재원 자립도도 107.3%에서 110.6%로 3.3% 포인트가 상승했다. 하지만 고정투자증가율은 3.6%로 전년의 6.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성화용기자, 이연선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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