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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희 한화증권 사장

“시중에 넘쳐 나는 부동자금이 증시를 외면하는 것은 무엇보다 고객들이 증권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증권사와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작업입니다.” 지난 1월 한화투신에서 한화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안창희 사장은 증권사를 포함해 금융회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신뢰확보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 사장은 “지금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금융회사가 얼마나 될 지 모르겠다”며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이루고 다양한 자산관리 방법을 제시해 고객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증권사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1월 안 사장이 한화증권 최고 경영자로 취임하면서 여의도 증권업계에는 순간 긴장감이 흘렀다. 취임 후 첫 공식석상에서 전환증권사 중 한 곳을 인수하겠다는 표명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이를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가시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인식했다. 한화증권은 실제로 지난 5월 사옥을 매각해 M&A를 위한 실탄(자금)을 확보했다. 안 사장은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업는 숙제”라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 등 제1 금융권이 활발한 짝짓기를 통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달리 증권ㆍ투신ㆍ보험 등 제2금융권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사이버거래가 발달하면서 주 수입원인 수수료는 계속 낮아지는 반면 전산비용 등 각종 비용은 늘어나는 `고비용 저수익` 단계에 진입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안 사장의 평가다. 안 사장은 “과거 증권업계에는 3년간 돈벌이를 못해도 1년만 수익을 내면 망하지 않는다는 안이한 생각이 팽배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증권사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또 은행에서 투신상품을 판매하고 곧 증권사들도 보험영업에 나서는 등 금융회사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특화 및 대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증권사가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은 리테일 및 채권 등으로 전문화된 길을 가던가 아니면 종합 증권사로 성장해 미국의 투자은행과 같은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하는 방안 등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화증권은 이중 종합 증권사의 길을 선택했고 합병 대상으로 전환증권사인 제일투자증권을 선택했다. 그러나 합병시기를 묻는 질문에 안 사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결혼을 하기 위해서도 우선 선을 보고 상대방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마련”이라며 “현재 실사작업은 마무리됐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사항이 좀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실사단장을 맡기도 했던 안 사장의 꼼꼼함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합병과 관련해 가격 문제보다는 제일투자증권에 이미 출자한 푸르덴셜의 행보와 대주주인 CJ의 입장이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안 사장은 그 동안 증권업계에 있으면서 지점장과 점포영엄담당 이사, 경영지원본부장을 두루 거치는 등 영업 분야에 해박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회사 경영에 있어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는 “뜻 밖의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이에 따른 금전적인 손실보다 직원들의 사기저하가 더 큰 문제”라며 “금융회사의 경우 리스크 관리는 필수”라고 말했다. 안 사장의 이 같은 경영 철학은 지난 99년 한화투신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겪은 대우사태 당시 진가를 발휘해 당시 전체 투신권의 수탁액이 감소하는 가운데 한화투신의 수탁액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였다. 안 사장은 갈수록 불어나는 시중 부동자금과 관련, 증권사들이 신뢰를 회복해 시중자금을 증시로 끌어 들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우사태 이전 250조원대에 달하던 투신권 수탁액이 대우사태가 불거진 이후 최근까지 160조원대를 넘지 못하는 현실이 고객들의 신뢰 상실을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안 사장은 “고객들의 자금이 이탈 없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우선 고객이 증권사 직원을 믿어야 한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고객의 믿음은 안정적이고 기본에 충실한 수익 창출에서 생겨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일일 보고사항 중 증권사별 시장점유율 보고를 없애는 한편 점포 및 직원에 대한 평가도 영업실적보다 고객 자산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 사장은 앞으로의 경영 전략에 대해 “금융업도 일종의 서비스업인 만큼 브랜드가 중요하며 브랜드를 키워 나가는 데 치중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한화증권에 돈을 맡기면 안심이 된다는 소리를 듣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안창희 사장은 회사가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고객 및 직원들과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 그래서 직원들과의 술자리도 많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술자리가 자연 늘어나는 것. 하지만 안 사장은 누구보다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등산과 마라톤을 통해 체력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야간산행을 포함해 1년에 150일 이상을 산에 갈 정도로 등산을 좋아했다. 하지만 2년 전 마라톤에 입문한 후 지금은 마라톤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마라톤에서 건강관리 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는다고 한다. 안 사장은 “마라톤은 지구력과 스피드가 조화를 이뤄야 좋은 기록이 나온다”며 “증권사 경영도 안정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룰 때 고객들에게 좋은 성과를 돌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충분한 연습이 부족하면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든 것처럼 회사 경영에서도 충실한 기본과 확고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 육상선수이기도 했던 안 사장은 지난해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기회가 된다면 보스턴 마라톤 완주에 도전한다는 것이 목표지만 바쁜 회사경영 때문에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그는 수시로 한번의 1등보다는 꾸준히 5위권 안에 들어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마라토너` 안 사장의 함축된 경영철학이다. ◇약력 ▲48년 충남 천안 출생 ▲74년 서강대 수학과 졸업 ▲74년 ㈜한화 입사 ▲89년 한화증권 법인영업부장 ▲96년 한화증권 점포영업담당 이사 ▲98년 한화증권 경영지원부문장 ▲99년 한화투자신탁운용 사장 ▲2003년1월~현재 한화증권 사장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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