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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환율·삼성그룹주'
코스피가 14일 연중 최고치인 2,010.83 포인트를 기록한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최근 9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던 외국인은 전날 2,131억원어치를 순매수한 데 이어 이날에도 3,000억원이 넘는 매수우위를 보이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여기에 그동안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반등에 성공하면서 안정 국면에 접어든 점도 2,000선 돌파에 힘을 실어줬다. 코스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일 오르고 있는 점도 증시 2,000선 안착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돌아온 외국인의 매수세 강화=코스피가 이날 연중 최고치(종가기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는 역시 외국인이었다. 기관과 함께 증시 수급의 키를 쥔 외국인은 이날 현물과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이날에는 3,429억원을 사들이며 코스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틀 연속 돌아온 외국인의 강력한 매수세에 기관의 매수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는 2,010포인트 달성에 성공했다. 코스피가 2,01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30일 2,011.34 포인트를 기록한 후 처음이다. 주가 상승률만 따지면 지난 2월21일(1.41%)을 제외하면 올 들어 최고 수준이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시장이 다시 조금씩 살아나면서 전반적으로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도 좋아지고 있다"면서 "지난달 2,000포인트 넘어설 때 외국인이 다 내던졌는데 지금은 외국인이 오히려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등한 원·달러 환율…증시에 호재=이날 서울 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반등(원화 가치 하락)한 점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은 4월28일 1,040원선이 다시 무너진 후 전날까지 가파르게 떨어지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원·달러 환율이 4월25일 1,041원50전에서 전날 1,022원10전까지 무려 1.8% 하락할 때까지 걸린 시간이 10거래일에 불과했다. 통상 원·달러 환율 하락은 증시에 호재지만 절상 속도가 너무 가파르면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등 코스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 대부분 수출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4월 중후반까지 4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 기간과 원화 값이 가파르게 상승했던 때가 일치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4월에는 환율 하락폭이 컸는데 최근에는 다소 진정되고 있는 점 역시 지수 상승을 전망하는 요소"라면서 "오늘만 놓고 보더라도 정부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매수세가 유입돼 오후 들어 4원 넘게 올랐다. 자동차주가 강세를 보인 것도 환율이 더 이상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주 상승세 이어가=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주를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점도 지수 상승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입원을 계기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 삼성전자·삼성중공업·삼성화재·삼성물산·삼성SDI·삼성중공업 등 삼성계열사 주식을 700억원 넘게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날에도 이들 주식을 740억원 넘게 순매수했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은 삼성전자에 대한 국내 기관의 평가까지 상향조정시키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센터장은 "스마트폰 우려가 불거지면서 기관은 최근 두 달 동안 삼성전자에 대해 비중 축소 입장을 잡고 있었는데 최근에 지배구조 모멘텀 때문에 삼성전자에 대한 평가를 '중립'까지 상향 조정했다"면서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에 관련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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