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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프란치스코, 패션도 서민

장식 없는 제의·구두에

목걸이도 금 대신 은으로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민풍 패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화려한 모습의 역대 교황들과는 달리 최대한 색상과 디자인이 수수한 제의와 구두·장신구 등을 착용해 서민을 위한 교황이라는 평소 가치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는 분석이다.

흰 수단(성직자 신분을 드러내는 의복)에 주케토(주교가 착용하는 둥근 모자)로 상징되는 교황의 제의는 얼핏 보면 천편일률적으로 보이지만 역대 교황들은 전통과 상징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의복 색상이나 장신구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소유한 호텔에 숙박할 때도 숙박비를 직접 지불하고 재소자의 발을 직접 씻겨주는 모습 등을 통해 이미 자신의 몸을 낮춰 서민을 받드는 삶을 실천해왔다. 그는 평소 가스펠을 노래하고 셀카를 찍으며 교황이 머무는 고급스러운 사도 궁전을 마다하고 평범한 아파트를 선택해 일반인처럼 조용히 다닌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접근이 쉬운' 교황으로 통한다.



이처럼 스스로 서민의 길을 택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드레스 코드는 평소 가치관을 반영한다. 지난해 3월 즉위 미사에 참석 당시 그는 레이스 장식 없는 흰색 수단의 수수한 차림으로 나타났다. 십자가 목걸이 역시 금목걸이를 착용하던 관례를 깨고 20여년 사용해오던 은목걸이를 택했다. 시계는 14년 된 스위스 대중 브랜드 '스와치'를 주로 애용하고 있다. 빨간 구두를 선호한 전임 교황과 달리 아무 장식 없는 단순한 디자인의 검은색 구두로 마무리한다. 교황의 옥새로 불리는 '어부의 반지'조차 프란치스코 교황은 금을 거부하고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를 택했다. 통상 어부의 반지는 교황이 즉위하면 금으로 새로 제작하는 것이 관례지만 그는 수십 년 전 만들었다가 방치한 주조 틀을 재활용했다.

이 같은 서민풍 패션은 이례적으로 화려한 패션계의 마음을 움직였다. 미국의 패션잡지 '에스콰이어'는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올해 가장 옷 잘 입는 남성'으로 선정했다. 교황의 수수함이 가톨릭의 새롭고 진보적인 시대를 알리는 신호가 됐다는 게 이유다. 마크에반 블랙맨 FIT 남성복디자인과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심플한 패션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서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그의 가치관을 드러낸 것"이라며 "화려한 제의와 값비싼 장식으로 꾸며진 사교관을 일부러 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와 달리 역대 교황들은 나름 화려함을 즐겼다. 지난 1464년 재위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붉은색 의복을 즐겨 입었고 바오로 6세 교황은 화려한 전례복 속에 뾰족한 금속이 달린 셔츠를 입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3,000달러에 달하는 '롤렉스'를 애용했다. 그의 뒤를 이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패션에 민감한 명품족으로 '구찌 선글라스', 빨간 '프라다 구두', 수천만원대 '융한스' 시계 등을 좋아해 역대 가장 럭셔리한 교황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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