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현대차 노조가 또다시 파업이라는 극단을 선택했다. 지난해 무분규 임단협 타결로 모처럼 조성된 '상생'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갈등과 대립이라는 '고질병'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뜩이나 원가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치면서 오는 2010년 글로벌 톱5 도약을 꿈꾸는 현대차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진 상태다. 현대차의 내부 사정은 이처럼 답답한 상황이지만 시야를 글로벌 시장으로 돌려보면 기회가 될 수 있는 요인들도 엿볼 수 있다. 지난 수년간 공들인 글로벌 경영이 결실을 맺으면서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대차는 GM과 포드 등 미국의 빅3 업체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 사이에 '제네시스' 등을 내세워 미국ㆍ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순항을 하고 있다. 결국 현대차의 앞날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무르익고 있는 과실을 따 먹을 것인가, 아니면 또다시 갈등과 대립의 함정에 빠질 것인가는 전적으로 현대차 노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현대차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또 글로벌 업체로 도약을 위해 노조가 할 일은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고유가 불구 올 美시장 판매 늘어 선전
전략차 제네시스 글로벌업체와 승부자신
파업·세계적 수요위축·中도전등은 암초 “지난 10여년간 현대차의 노력과 성과를 보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데이비드 사전트 제이디파워 부사장) 지난 2월3일 미국 슈퍼볼 결승전이 열린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경기장. 1억명의 미국 시청자들의 눈은 3쿼터 중반쯤 나온 낯선 승용차 광고에 꽂혔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도약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제네시스의 광고가 미국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된 순간이다. 현대차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1976년 국내 첫 고유모델 ‘포니’ 6대를 에콰도르에 처녀 수출한 지 30여년이 흐른 지금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이미지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수년간 공을 들인 글로벌 경영의 결실이다. 현대차 러시아 딜러점의 한 사장은 “러시아에서 현대차는 ‘국민차’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대차에는 극복해야 할 암초들도 만만찮다. 당장 해마다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노조 파업이라는 실타래를 풀어내야 하고 전세계적인 고유가 파고와 중국ㆍ인도 등 후발국가의 도전도 넘어야 한다. ◇현대차, 세계 8위의 자동차 브랜드=현대차는 최근 글로벌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경영을 선포한 지 3년 만인 2005년 84위로 국내 자동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진입한 후 2006년 75위, 2007년에는 72위로 상승했다. 또 지난해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44억5,300만달러로 자동차 업체 중에서는 포르셰ㆍ렉서스ㆍ닛산 등을 제치고 8위를 기록했다. 오는 2010년 국내외에서 630만대의 생산체제를 갖춰 글로벌 자동차 업체 ‘톱5’에 진입한다는 꿈의 실현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약진은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5월 한달간 미국 시장에서 4만6,415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8%나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고유가에 따른 수요 감소로 GMㆍ크라이슬러ㆍ포드 등 미국 빅3의 판매가 지난해보다 23.4% 줄었고 토요타도 4.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현대차가 상당히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 기관들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협회(Consumer Union)가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는 2월 아반떼와 싼타페를 한국 자동차 모델로서는 처음으로 ‘올해 최고의 차’로 선정했다. 또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비전은 5월 종합품질평가(QTS)에서 현대차 싼타페를 2년 연속 동급 최우수 품질 차량으로 선정했다. 대럴 에드워즈 스트래티직비전 최고경영자는 “이제 현대차의 성공은 전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라며 “현대차의 최근 모델들은 품질에 대한 지속적인 리더십의 결과”라고 극찬한 바 있다. ◇전략車로 ‘승부’를 준비한다=현대차는 브랜드 인지도 개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과의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를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치로 견인할 주자는 바로 ‘제네시스’. 7월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를 앞둔 현대차는 마케팅 비용에만 8,00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조엘 에와닉 현대차 미국법인 부사장은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향상시켜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다. 일찌감치 석권한 거대 시장 인도에서는 전략 차종 ‘i10’이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i10’은 현대차 인도법인에서만 유일하게 생산하는 현대차 최초의 해외공장 전용 모델로 연구개발비에만 2억달러가 투자됐다. 지난해 10월부터 판매가 시작돼 올 들어 5월까지 10만7,900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밖에 중국 시장에서는 4월 출시된 위에둥(중국형 아반떼)이 5월까지 2만3,266대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 ◇글로벌 시장은 안개 속으로=24일 미국의 GM은 ‘72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라는 파격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고유가에 따른 미국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어느 정도인가를 실감나게 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주주총회에서 “올해 미국 시장 판매 목표량 264만대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 역시 미시시피주 캔턴공장의 근무를 최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 픽업트럭 ‘티탄’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마다’ 차량의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제네시스의 판매가 시작되는 하반기 미국 시장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1,480만여대로 지난해보다 1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과연 고유가에 따른 세계적인 수요위축이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30년 만에 찾아온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의 도약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현대차의 올해 행보에 유독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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