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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융가 새 정부에 뭘 바라나
입력1997-12-19 00:00:00
수정
1997.12.19 00:00:00
김인영 기자
◎“IMF 조건 이행” 조속다짐 기대/“정부개입 줄이고 시장원리 존중” 정책 전환도【뉴욕=김인영 특파원】 국제 금융시장이 한국 새 대통령 당선자의 첫 아나운스먼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다우존스 뉴스, CNBC 등 뉴욕 월가에 영향력이 있는 언론 매체들은 한국의 선거과정과 결과를 급전으로 보도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한국의 경제상황이 정치상황과 맞물려 악화되었다고 분석, 새 당선자의 정책의지와 방향이 한국 경제회생의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월가는 지금 홀리데이 시즌(12월16일부터 31일까지)에 들어가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빅보드(뉴욕증권거래소)를 떠났다. 그러나 월가의 한국 데스크에는 한국 대선 하루 전날인 17일 전례없이 딜러들의 투자 문의가 빗발쳤다.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물이 대선 후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한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하는 첫 발언으로 가늠하기 위해 휴가를 보류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의 한국계 은행들은 대통령 당선자가 할 첫번째 과제는 국가 신인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의 위기가 국가 신인도 하락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새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국제통화기금(IMF)과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한국 정부를 믿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첫번째 관심은 대통령 당선자가 IMF 프로그램을 이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난주말 김영삼대통령과 세 대통령 후보가 IMF 협약 이행을 약속했지만 국제 시장을 주무르는 펀드매니저들은 못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영국 ANZ은행의 투자분석가 휴메이라 세이크씨는 한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 당선자가 얼마나 빨리 IMF 협약 이행을 선언하느냐이며 이에 따라 투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월가의 또다른 관심은 대통령 당선자가 한국경제에 대해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경제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김만제포철회장과 정인용전부총리는 투자자들에게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감정적인 호소만 했을 뿐 한국 경제에 대한 장단기 전략을 밝히지는 못했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한국 특사들에게 새 정부의 정책과제로 ▲단기 외채 극복 방안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책을 만들 것 ▲기업·은행이 부도났을 경우 정부가 개입하지 말것 ▲정부 주도의 성장전략에서 시장 원리가 지배하는 경제계획으로 전환할 것 ▲외국 금융기관의 진출을 허용,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것 등을 제시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은 또 한국 정부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발표했던 것보다 훨씬 밑돌았고 단기외채가 50억달러 많게 나온 것이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의 정부가 이를 못했기 때문에 새 대통령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 컨설팅회사인 게덜딕&퍼거슨사의 로렌스 윌슨 부사장은 『한국 정부는 수시로 외국 자본가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내용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IMF와 미국이 당선자가 결정되기 앞서 한국 정부에 잇달아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에 새 대통령의 운신 폭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MF는 17일 심각한 금융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융자제도를 승인했다. 이에 앞서 16일 클린턴 미대통령은 『필요하다면 한국에 추가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 일본 정부의 개별 지원을 반대해왔던 IMF와 미국은 일본의 한국 지원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전환했다. 따라서 워싱턴의 미재무부와 IMF의 눈치를 보며 한국 지원을 꺼렸던 뉴욕 금융시장이 한국에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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