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장에 혼선을 주지 않는 통화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통화정책은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것인 만큼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시장의 신뢰가 생기고, 중앙은행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기대가 형성된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전에는 금리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깜짝 그런 것을(금리조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런 것은 없어야 한다”며 “소위 ‘우회전 깜빡이 켜고 좌회전’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장과의 소통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이 총재는 “6개월 후 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2~3개월 전엔 시그널(신호)을 줘야 한다”며 “예를 들면 ‘경기가 생각보다 좋다’는 것은 시그널이므로 시장이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자신을 ‘매파’로 평가하는 데 대해서는 “경기가 회복세라고 보고, 내년에도 (회복세가) 이어진다고 하니 시장에서는 ‘이제 금리 인상하겠구나’라고 본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답했다.
이 총재는 거시지표상으로는 회복세가 분명하지만 그 추세가 완만해 국민이 느끼는 회복세는 약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다만 “(올해)성장률을 4%로 놓고, 내년에도 그렇게 간다고 보면 지금의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방향 자체는 인하로 보기가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세월호 참사가 민간소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백화점·대형마트(매출), 고속도로 통행 등 몇 가지 데이터는 있지만 충분한 자료가 쌓이지 않아 상반기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달 금통위에서도 제한된 범위에서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통계체계 개편으로) 국제수지 흑자가 많이 늘어 걱정이다. 국제수지는 균형에 가까운게 맞는 것(좋은 것) 같다”고 밝히는 등 원화절상 압력 등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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