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팬택의 구원투수로 나선 옵티스가 지난해 인수한 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러지코리아(TSSTK)가 89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옵티스도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듯 보이지만, TSSTK 인수에 따른 지분법 평가익을 빼면 적자다. 전문가들은 옵티스가 팬택 인수에 나선 배경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어서 오는 16일까지 380억원의 인수대금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3월 결산법인인 TSSTK는 지난 1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4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5,545억원 매출에 89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TSSTK는 DVD 등 광디스크드라이브와 관련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로 주요 매출처는 삼성전자와 계열사다.
TSSTK는 2004년 회사 설립 이후 매출이 늘면서 지난 2010년에는 1조7,024억원 매출에 199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DVD 판매가 급감하면서 실적도 급락해 4년 만에 매출은 3분의1 토막 나고, 영업이익은 1,000억원 가량 줄면서 900억원 가까운 적자를 내게 됐다. 1,000억원에 가깝던 보유현금도 10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문제는 옵티스가 지난해 3월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TSSTK를 인수했다는 점이다. 대주주인 TSST가 주당 400억원에 2주, 800억원을 증자하고, 옵티스는 49.9%의 지분을 54억원에 인수했다. 그리고 2015년 3월과 2016년 3월 두 번에 걸쳐 TSSTK의 전환사채(CB) 48억원어치를 인수하고, 2017년에는 TSST가 보유한 50.1%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덕분에 옵티스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5,995억원 매출에 31억원의 순익을 냈다고 공시했지만, 여기에는 TSSTK 인수에 따른 지분법 평가익 66억원이 포함됐다. TSSTK는 인수가격 53억원에 장부가 119억원으로 기록됐다.
옵티스는 당장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TSSTK의 정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3월로 예정된 CB도 인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TSSTK 관계자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고, 옵티스측도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옵티스는 계약조건으로 '5년 고용보장'을 약속한 후 세 달 만에 "직원 20%를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혀 노사 간의 갈등까지 심한 상황이다.
노조측 변호사는 "노사간 타협을 위한 협상안을 놓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옵티스는 또 내년 4월과 6월이 만기인 100억원 규모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해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자금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산 넘어 산'인 상황이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수익성 낮은 옵티스가 대규모 적자가 나는 회사를 인수한 상황에서 다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판매부진으로 도산위기에 처한 팬택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며 "인수자금 뿐만 아니라 팬택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까지 감안한다면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우승호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