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이 오나 싶더니 어느새 초여름 날씨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으레 이맘때쯤 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식중독 사고다.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찬 음식, 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서 음식물로 인한 집단 발병이 급증한다.
신선식품 관리손실 연 6조원 달해
그러면 이렇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일까. 물론 국내에서도 다수 기업들이 위해요소중점관리(HACCP) 등으로 식품의 제조와 가공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식품 품질과 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크게 증가되고 있음에도 수확(또는 제조) 단계에서부터 전 유통과정에서 이뤄져야 할 온도관리수준이나 인식은 아직도 크게 부족하다.
국내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교육부 등에서 식품의 온도관리 고시나 규격을 두고 있으나 제각기 다르다. 모 기업 경영자에 따르면 미국 두부의 유통온도는 5℃ 정도로 60일까지 유통 가능하지만 한국은 온도변화가 심해 유통기한을 14일로 설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식품가공시 아무리 위생적으로 해도 유통과정에서 온도관리가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2012)에 따르면 신선농산물 수확 후 관리손실은 연간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식품생산량의 약 30%가 유통 중에 폐기되는 것이다.
이 온도관리를 최적화하는 시스템이 신선물류(콜드체인)이다. 콜드체인이란 수확 직후부터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전 유통과정을 적절한 온도로 유지시켜 수확 직후의 신선한 상태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유통체계다. 산업이 발전할수록 콜드체인에 대한 수요는 급증한다. 선진국의 경우 90%의 모든 식품이 콜드체인으로 유통된다. 현재 세계식품 시장 규모는 4조달러로 자동차시장의 2.5배다. 우리나라 외식산업도 크게 증가해 앞으로도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택배를 통한 식품수송도 급증해 식품안전사고의 위협도 커지고 있다.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의 강력한 제도적 장치는 물론 콜드체인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과 시험에 대한 표준이나 인증제도를 가지고 있다. 유럽의 부패성음식수송 및 관련수송용 특정기기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he International Carriage of Perishable Foodstuffs and on the Special Equipment to be used for Such Carriage·ATP)과 같은 기술 및 시험표준, 미국의 저온유통품질표시표준(Cool Chain Quality Indicator Standard·CCQI)과 같은 품질경영표준 등이 그것이다.
유통 온도 관리시스템 도입 절실
중국도 국가가 나서서 콜드체인 기술과 관리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식품안전과 식품보안, 그리고 성장하는 신선식품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신선물류에 대한 표준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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