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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통폐합땐 수정 불가피…후유증 클듯

■ 혁신도시 대혼란 우려<br>대상 공기업들 "방침 안나와 정부만 바라볼 뿐"<br>공공기관 이전 힘들 경우엔 기업유치 방침불구<br>개발권 부여땐 특혜논란 우려…실효성 떨어져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 정책상 통폐합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혁신도시 사업에 따라 이들 공기업 이전이 예정돼 있던 지역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다. 토공 본사가 이전할 전북 혁신도시의 경우 올 1월만 해도 토지보상비율이 47.1%에 불과했으나 최근 85%로 껑충 뛰어올라 택지매입 완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공이 옮겨갈 경남 혁신도시의 토지보상비율 역시 지난 1월 66.3%에서 85%선으로 높아졌다. 현재까지 2곳의 혁신도시 토지보상에 들어간 돈은 7,600억원에 달한다. 주공과 토공이 통폐합될 경우 어느 한쪽 사업은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들 공기업을 포함, 총 15개가 통폐합ㆍ경영효율화가 예정돼 있지만 혁신도시는 이러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추진되고 있어 이 같은 사업차질은 곳곳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혁신도시 대부분 토지보상 완료 눈앞=금융공기업으로 통폐합이 논의되는 기술보증과 신용보증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기보는 본사가 부산에 있고 신보는 서울 마포에서 대구 혁신도시로 자리를 옮길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 혁신도시 토지보상비율도 올 5월 현재 연초보다 20%포인트 상승했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 9곳 혁신도시(부산은 국공유지로 제외) 토지보상 금액은 연초만 해도 1조7,050억원에 불과했으나 정식 통계가 집계된 5월 현재 2조4,777억원으로 45.3% 증가했다. 이에 따라 혁신도시 평균 토지보상비율도 이 기간 동안 61.3%에서 82.7%로 급상승했다. 총 토지보상 예상금액은 3조1,000억원. 특히 한국전력ㆍ전력거래소ㆍ농수산물유통공사 등이 옮기는 광주ㆍ전남 혁신도시의 경우 토지보상비율이 1월 84.9%에서 5월 93.8%로 9개 혁신도시 중 가장 빠른 진척을 보이고 있다. 면적 기준으로 놓고 보면 혁신도시 총 면적 가운데 81%가량이 토지보상이 마무리된 상태다. 일부 혁신도시는 토지보상이 거의 끝남에 따라 지장물 보상에 들어가는 등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혁신도시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혁신도시 9곳에 대한 개발계획 승인은 6월 중순 모두 완료됐다. ◇공기업 “정부만 바라볼 뿐”=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미뤄지면서 혁신도시 주인공인 공기업은 관련 업무를 모두 중단한 상태다. 부산 이전이 예정된 한 금융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통폐합ㆍ조직축소 등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현재 지방 본사 이전은 논의 대상도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 혁신도시 이전이 예정된 또 다른 공사의 한 관계자는 “혁신도시 건설비용을 마련하려면 사옥 부지 등을 팔아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전혀 진척된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공기업들은 마냥 정부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한 공사 관계자는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지금쯤은 공기업들이 혁신도시 토지매입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유 부지를 파는 등 구체적 행동에 들어가야 할 단계”라며 “정부에서 아무런 사인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다”고 전했다. ◇기업유치 특혜논란 불 보듯=정부는 7월 말 공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혁신도시에 대한 최종 입장을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공기업 민영화ㆍ통폐합 등으로 혁신도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지역에 대해서는 기업을 유치시킨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되고 기업도시도 건설되고 있으며 저렴한 값의 산업단지도 있는데 굳이 기업들이 혁신도시를 선호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기업이 직접 개발하는 기업도시와 달리 혁신도시는 지자체와 토공ㆍ주공이 개발, 토지를 분양하는 것이어서 택지 분양가가 높다는 것도 단점이다. 실제 모 지역으로 내려갈 예정인 A공기업의 경우 최근 택지 매입가로 ㎡당 300만원 정도를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공기업도 분양가가 너무 높다는 입장. 기업 입장에서는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혁신도시 이전 기업에 개발권 등을 부여할 경우 특혜 논란이 불거질 여지도 적지 않다. 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혁신도시 시행자(토공이나 주공)가 수용가격으로 땅을 준다면 기업에 큰 혜택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쉽지 않은데다 설혹 된다 해도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초기 혁신도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했어야 했다”며 “오락가락하는 사이 혁신도시는 조절하기 어려운 단계에까지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소 본부장은 “적잖은 논란 속에 탄생한 참여정부의 야심찬 지역균형발전정책이 어떤 옷으로 갈아입을지, 또 어떤 반발에 부딪힐지의 문제만 남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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