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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용 교수의 생활속 경제] 규제의 공익설

공공재·독과점은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데…<br>"시장자율로도 효율적 자원배분 가능"


등대는 공공재이므로 정부가 공급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의 자동차ㆍ휴대폰ㆍ컴퓨터 등 대부분의 시장은 판매자가 소수인 독과점이다. 이때 독과점 가격은 경쟁 가격보다 높아 소비자 복지를 해치므로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의료나 법률 서비스 등 전문 서비스는 정부 허가를 받은 사람만 제공해야 한다는데 과연 그 논거는 타당한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3자에게 해로운(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외부성’이 있을 때 조세(보조금)를 부과(지급)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최선일까. ‘규제의 공익설(公益說)’은 이른바 시장이 ‘실패’하는 경우에 정부가 적절히 개입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거를 바탕으로 한다. 많은 경제학자들도 이에 동의하는 편이다. 전문직면허제와 외부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살펴봤으므로 오늘은 공공재와 독과점에 대해 좀더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공공재라고 불리는 재화나 용역은 비배제성(非排除性)의 특성을 지닌다. 즉 공공재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비용이 그에 따른 편익보다 크기 때문에 배제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 또 콜라와 같은 사적 재화는 어떤 사람이 콜라 한병을 마셔버리면 다른 사람은 그 콜라를 마실 수 없는 고갈성(枯渴性)의 특징을 가지는 데 반해 공공재는 비고갈성(非枯渴性)의 특성을 지닌다. 추가적인 소비에 따른 비용이 무시할 만하거나 거의 영(零)이라는 말이다. 국방과 치안 등이 이런 특성을 많이 가지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러므로 공공재의 생산에 소요되는 세금은 내지 않고 소비만 즐기려는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민간이 공공재의 공급을 담당하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적게 생산되는 시장의 실패 현상이 발생하므로 정부가 공급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공익설의 한 논거다. 그러나 시장에서 이들 문제가 효과적으로 해결된 영국의 등대 사례를 보면 딱히 그렇게 주장할 수만은 없다. 영국 등대의 역사를 연구한 코오즈는 등대ㆍ항로 표지의 건설과 수로 안내원의 시험을 관장하는 수로안내협회(Trinity House)가 등대의 공급을 맡았을 때 정부가 맡았을 때보다 등대의 공급량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보이고 있다. 수로안내협회는 등대가 빛을 비추는 수로를 지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함으로써 이를 지불하지 않는 선박의 통행을 배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오즈의 이런 연구는 공공재도 민간시장이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치안의 상당 부분을 민간이 담당하고 있는데 에스원과 텔레캅 등의 경비회사가 좋은 예다. 시장에 하나의 판매자만 있을 때를 독점, 소수의 판매자가 있을 때를 과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독과점을 그대로 방치하면 시장이 경쟁적일 때보다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소비자 복지를 해치고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므로 이들의 행위를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공익설의 또 다른 근거이다. 독과점이 정부가 특정 사업자만 허용하고 다른 사업자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허가받은 사업자가 가격을 높게 설정해 소비 복지를 해치고 자원배분을 왜곡시킨다.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정부가 쳐놓은 울타리 덕분에 다른 사업자가 진입하지 못해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 의한 진입장벽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사업자가 경쟁을 벌인 결과 가격과 품질 면에서 소비자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키는 하나 또는 소수의 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에 존재한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전혀 없다. 이는 곧 진입장벽이 없는 시장에서는 문제가 되는 독과점 가격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독과점에 따른 폐해는 정부의 진입장벽으로 인한 것이지 시장의 실패로 인한 폐해가 아니다. 더구나 요즈음과 같이 국내 시장이 활짝 열린 국제화 시대에 국내 시장만을 기준으로 독과점의 폐해를 논하는 것은 더욱 이치에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세계 시장에는 그런 기업이 많이 있다. 전문직면허제는 의료나 법률 서비스와 같이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보유하는 정보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정부가 교정해야 한다는 것을 논거로 하고 있지만 이는 전문직의 공급을 제한해 소비자 복지를 해치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는 무능하지 않다는 사실에 의해 취약해진다. 마지막으로 연탄업자가 세탁업자의 영업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외부성의 경우에도 당사자들이 탐색ㆍ협상ㆍ계약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시장에서 해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설의 논거는 약해진다. 이와 같이 규제의 공익설은 잘못된 경제학에 근거하고 있다. 특히 시장의 실패라는 개념에 대한 혼란에서 빚어진 것이 많다. 시장의 실패는 모든 경쟁이 끝나고 더 이상의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 상태를 기준으로 하므로 매일매일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경제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의 시장은 불완전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런 불완전성을 줄여나가면서 진화하는 것이지 완전한 존재는 아니다. 시장은 본디 그런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시장이 완전경쟁적이라면 절감할 수 있는 거래비용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시장이 할 일도 없게 된다. 결국 공익설은 우리 인간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을 기준으로 현실을 비교ㆍ평가하는 ‘열반오류(nirvana error)’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용어설명 ◇비배제성(非排除性)=생산에 기여하지 않은 사람을 그 소비로부터 배제하는 데 따른 비용이 편익보다 커서 배제할 수 없는 공공재의 특성. ◇비고갈성(非枯渴性)=한 사람이 소비하더라도 다른 사람도 추가적인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고 여전히 소비할 수 있는 공공재의 특성. ◇열반오류(涅槃誤謬)=인간 세상에 없는 이상적인 것을 기준으로 현실세계의 사안을 비교ㆍ평가하는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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