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M&A 방어장치 시급”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3개 계열사가 공정거래법의 금융 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가운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입법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대 법대 송종준 교수는 지난 29일 법무법인 충정이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개최한 ‘제1회 충정 법률포럼’에서 “국내 법체계는 적대적 M＆A에 따른 경영권 분쟁에서 방어의 허용과 금지를 판단할 수 있는 본질적 원칙이 설정돼 있지 않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송 교수는 이날 발제한 ‘경영권 분쟁 중 방어권 남용의 판단기준’이라는 논문에서 현대엘리베이터 등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경영권 방어에 대한 관련 법령이 미비한 상태에서 오는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지난 97년 한화종금과 미도파 등의 기업들이 적대적 M＆A 공방을 겪은 후 SK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 결의, 삼성전자의 전환사채 발행,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다툼 등 경영권 분쟁이 줄을 이었지만 이 회사들의 분쟁에서 법원의 판례 태도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전제로 한 판단의 ‘원칙’이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송 교수는 “미국의 경우 이사에게 주주와 회사의 이익이 무시되더라도 회사와 관련된 이해관계 집단의 사회적 이익을 고려, 경영권 방어의 재량권을 허용하는 게 각 주 회사법의 입법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 회사법들은 적대적 M＆A를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반기업인수법(Anti-takeover statutes)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며 “미국법률협회(ALI)의 회사지배관리원칙규범 역시 ‘적대적 M＆A 대상 회사의 이사회는 공개매수 등 적대적 M＆A를 저지하기 위해 합리적 방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