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업체인 대성전기가 합작파트너인 미국의 델파이로부터 지분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GM의 파산으로 자회사인 델파이가 경영난에 휩싸여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3일 "현재 델파이가 보유하고 있는 대성전기 지분 비율을 높인다면 국내외 경영기반 구축이나 해외사업 추진에 보다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대내외 시장여건을 감안해 델파이의 지분을 다시 사들이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대성전기측은 특히 델파이가 이미 파산절차에 들어간데다 모기업인 GM사태까지 겹치면서 미국은 물론 해외 보유자산 및 지분을 집중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분을 다시 찾아오기에는 가장 적절한 시기로 보고 있다. LS그룹 계열사인 LS엠트론은 지난해 11월 대성전기 지분 50.5%를 인수하는데 모두 691억원을 투입했으며 나머지 지분 49.5%를 델파이에서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현재 총 9명으로 구성된 대성전기 이사진도 대성전기와 델파이가 각각 5명과 4명으로 양사간의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대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델파이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및 아시아 시장에서 델파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델파이와의 파트너십은 계속 유지할 예정"이라며 "향후 추진될 지분 매입의 범위도 델파이와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성전기의 경우 그동안 델파이와의 제휴관계를 통해 정션박스 등 자동차 부품 핵심기술을 받아들이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상당한 도움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성전기가 LS그룹에 편입되면서 해외 네트워크망이 강화된데다 최근 '0.1도급 고정밀 조향각 센서'와 '루미노햅틱' 등 미래형 자동차 핵심부품을 잇따라 자체 개발하는 등 델파이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경영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 170여곳의 생산기지와 40여개의 합작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델파이는 지난 98년 대성전기 지분 56.95%를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떠올랐으며, 지난 99년 GM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으로 전환됐다. 델파이는 대성전기가 지난해 LS엠트론에 인수되기 전까지 3년간 대성전기의 대표이사 및 경영진을 대신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델파이는 최근 경영난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내 5곳에 위치한 부품공장을 GM 자회사에 매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강원도 문막 공장을 제외한 4개의 합작생산시설에 대해 매각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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