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사업성이 희박한데도 실적주의에 떠밀려 관성적으로 가고 있는 부실 사업 같은 것들은 깨끗이 청소할 필요가 있다. 실제 성과 이상으로 포장되거나 장밋빛으로 변색된 사업들도 냉철하게 따져 정확한 현주소를 찾아내야 한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자원외교에만 전념하겠다고 한 이상득 의원의 남은 영향력이 이런 일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CNK사건 같은 것이 해외자원 개발 전체에 대한 오해나 매도로 확산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원 중 석유 비중은 40.1%, 천연가스 비중은 15.7%다. 모두 수입이다. 중동에서만 81.8%가 들어온다. 높은 해외의존도, 특히 중동에 집중된 수입선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자원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해외자원 개발이 국가안보의 핵심 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태양광 등 녹색에너지가 급성장하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십년간 석유나 가스 등 전통적 에너지원의 수요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해외자원 개발사업은 특성상 장기적 투자와 일관된 정책이 요구된다. 잠시 멈칫하다가 나중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진다. 정권 말기에 어떤 사건 하나가 자원개발의 중장기 진로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 올해 대선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자원개발 전략만큼은 변함없이 이어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무현 정부의 해외자원 개발성과들을 모두 사시로 보는 바람에 싹수를 보이던 상당수 성과들이 아깝게 매장됐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옥석은 가려내면서 올해의 석유 가스 자주개발률 목표 20%(지난해 13.8%) 달성을 위해 해외자원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국가의 미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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