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2월25일 가서명됐다. 그런데 한중 FTA 타결 내용을 두고 국내 농업 보호 때문에 낮은 수준의 시장개방이 됐고 경쟁력 있는 제조업 부문에서 충분한 이득을 얻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언론 등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해석은 사실과도 멀고 불필요한 국내 산업 간 갈등을 조성해 향후 통상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중 FTA는 협상의 틀을 결정하는 1단계 협상과 구체적 상품 양허를 결정하는 2단계 협상으로 진행됐다. 개방수준은 구체적 상품 양허가 논의되기 전인 이미 1단계에서 결정됐다. 개방률은 품목 수 기준 90%, 교역액 기준 85%로 이미 체결한 다른 FTA 수준에 못 미쳤다. 높은 개방수준을 지향했다면 1단계에서 전체적인 목표 개방수준부터 높였거나 제조업 부문의 높은 개방을 원했다면 교역액 기준 개방률을 올렸어야 했다. 중국의 소극적 태도는 서비스 시장의 낮은 개방수준, 투자 부문의 양허안 미합의, 지식재산권을 포함한 규범 분야의 부진 등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한중 FTA에 대한 중국 전략은 경제적 측면보다는 국제정세를 감안한 정치적 측면에 더 치중했다고 보여 진다.
최종 결과를 보면 농산물 양허 제외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1단계에서 두 나라가 합의한 개방률 수준을 토대로 제조업·농업·수산업 등 모든 부문의 민감성을 고려해 상품 양허안을 작성한 결과다. 제조업도 완성차 등 민감한 품목은 양허에서 제외했다. 농업 때문에 제조업을 희생했다고 하는 것은 협상 진행 과정과 두 나라의 기본 입장을 잘 해석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협상의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한 산업 때문에 다른 산업이 손해를 봤다는 식의 단편적 평가는 부적절하다. 국익이 대립하는 국제 통상협상의 생리를 호도할 수 있다.
한중 FTA는 한국 농업의 마지막 개방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견해도 있다. 그래서 직접 피해액에 초점을 맞춘 지금까지의 FTA 대책과는 다른 한국 농업의 근본적 기능과 역할수행을 고려한 농업 정책의 전반적 개조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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