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값 올리려면 밀가루 값 내려라.’ 원당의 국제가격이 급등하며 설탕 가격 인상을 두고 정부와 제당업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CJㆍ삼양사 등 국내 제당업체들은 비슷한 매출 규모로 밀가루를 생산하는 제분라인도 갖추고 있는데 정부가 설탕 가격을 올리려면 밀가루 가격은 내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9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 원당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통관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국내 설탕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국제 가격과 환율의 영향으로 오르는 품목이 있다면 내리는 품목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당 가격 인상으로 설탕 값을 올려야 한다면 환율하락과 국제 밀 가격 하락으로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한 밀가루 가격은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 7월 말 통관기준으로 원당 가격은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밀은 내리고 있어 국내 밀가루 판매가격은 현 가격 대비 18% 정도 내릴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제당업체들은 입장은 다르다. 국제 가격 상승이 통관가격에 반영되는 시차가 4개월 정도 나는 만큼 미리 소비자 가격을 올려 인상률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설탕의 원료인 국제 원당 가격은 지난해 12월 파운드당 10.5센트에서 8월 현재 19.35센트로 84.2%나 올랐다. 주 생산지인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 악화로 연말 현물거래 기준이 될 내년 3월물은 20.44센트로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차를 두고 국제 가격이 반영되는 8월 국내 통관가격도 국제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6월에 비해 15% 정도 상승했다. 반면 밀가루의 주원료인 밀은 지난해 5월 부셸당 12달러대에서 급락세를 보이며 올 들어 4~5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1년 만에 66%가량 하락한 셈이다. 하지만 국내 제분업체는 지난해 7월 공장도 가격을 제품별로 7~13% 인하했을 뿐이다. 한편 정부는 치솟는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현재 40%인 수입 설탕에 대한 관세율을 대폭 낮출 계획이다. 현재 국내 설탕시장은 CJ제일제당ㆍ삼양사ㆍ대한제당 등 3개 제당업체의 과점 상태이며 높은 관세로 수입 설탕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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