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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최대흑자의 진실
입력2003-07-10 00:00:00
수정
2003.07.10 00:00:00
지난 해 생명보험회사의 사업비차익이 무려 3조8,384억원에 달해 생보사들이 예정사업비를 부풀려 계약자에게 손해를 끼친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더구나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생보사들이 예정이율을 인하해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보험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IMF 이후 생보사들에 투입한 20조원의 공적자금을 생각하면 이런 결과에 대해 어리둥절할 수 밖에 없다. 정말 국내 생보사들이 사상최대의 흑자를 내고도 보험료를 인상해 또 다시 천문학적인 영업이익을 내려고 꾀한다면 분명 잘못된 것이다.
강력한 구조조정의 결과로 인식해야
그러나 생보사들이 지난 2년간 이익을 많이 낸 것은 종신보험 및 보장성보험 판매의 호조와 강력한 구조조정 등에 따른 것이다. 1만개가 넘는 영업점포가 현재는 5,000개로 줄었고, 설계사는 30만명에서 15만명으로, 5만명의 임직원들은 그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러한 구조조정노력이 회사의 이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생보사의 재무구조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걱정이다. 상당수 생보업체들은 막대한 이차손과 함께 아직도 누적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종신보험상품은 3년부터 7년까지 적자를 보게 되고 회계장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시 말해 비차익의 과다실현은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경기침체와 함께 종신보험의 판매가 포화상태에 있어 몇 년 안에 오히려 경영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업비지출과 적립금의 상승으로 비차익은 대폭 감소될 것이다. 더구나 위험한 경영요소는 생보사의 보유상품 평균 부담금리가 연7.2%으로 은행대출금리보다도 훨씬 비싸다. 이미 발 빠른 외국생보사들은 보험료인상과 함께 금리부담이 적은 변액보험으로 영업전략을 바꾸고 있다.
국내 생보사들이 이익을 많이 냈다고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지만 선진국의 대형생보사와 비교해 절반수준도 안 된다. 작년 포춘지 조사에 따르면 세계 보험사인 ING 의 매출이익률이 4.5%, AGON 7.5%인 반면 국내 최대 생보사는 2.8%에 불과하다. 이 2.8%의 매출 이익률이 계속 유지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생보사 이익과다는 일시적 착시현상에 불과해
곧 시행되는 방카슈랑스로 은행 등도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 꾸준한 신계약으로 비차익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영업환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부실한 금융기관을 운영했던 사람들이 채 정리되지 않는 상태에서 보험의 원리와 경영에 미숙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가격파괴로 보험판매에 열을 올려 또 다른 부실을 낳지 않을까 염려가 된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160조에 달하는 공적자금 가운데 보험사에 투입된 20조원의 성격을 살펴보면 비차손의 누적이 가져온 결과이다. 따라서 비차익의 실현은 정말 반가운 경영성과로 칭찬해야 한다. 생보사의 경영요소 중 비차익의 실현이 가장 어렵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저금리 시대에서 생존을 위해 건실한 생보사와 외국보험사들이 예정이율 인하를 서두르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우리 나라 생보사들이 이차 역마진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면 또 다시 상상할 수 없는 공적자금 투입과 국민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인지하여야 한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은 많은 계약자에게 생보사의 재무건전성을 더 필요로 한다. 노후보장과 만일의 사고에 대비할 믿을 수 있는 보험사가 정말로 필요하다. 따라서 보험사가 부실화되어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보다는 보험가격 정책의 원칙인 충분성의 원칙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하겠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립학교연금, 건강보험 등의 관계자나 정책당국자는 민영보험사의 착시현상으로 나타난 일시적 이익을 탓하기보다는 이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한편 생보사의 보험료 인상과 경영성과를 눈여겨보아야 하지 않을까.
<김종국(전주대교수ㆍ금융보험학과교수협의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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