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생성으로 무엇을 할까" 논란

1차 에너지원 있어야 물에서 수소 분리 가능

태양열 등 신·재생에너지·원자력·핵융합 각축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수소경제' 대비해야"

위에서부터 수소 생산에 사용될 1차 에너지원인 태양열 발전시설, 원자력발전소, 핵융합 연구장치(KSTAR).

최근 고유가와 환경오염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ㆍ청정 에너지인 수소와 이를 활용한 ‘수소경제(Hydrogen Econom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1차 에너지원 역할을 두고 태양열ㆍ풍력 같은 신ㆍ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ㆍ핵융합 등 차세대 에너지원들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청정에너지라는 수소의 이미지에 맞게 생산 에너지원으로서 태양열이나 풍력 등 신ㆍ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점차 확대한다는 복안이지만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보다 효율적인 원자력에 대한 투자를 늘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향후 수소경제가 불가피하다는 인식 아래 각각 에너지원의 안전성과 환경친화성ㆍ효율성을 면밀히 살펴 국가 재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소경제가 주목받는 이유=수소경제는 ‘화석연료 등 탄소에 기반한 하부구조가 수소 중심으로 전환된 경제사회’라고 일반적으로 정의된다.

수소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으로서 수소의 생산과 함께 저장ㆍ수송 및 활용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이중 저장ㆍ수송과 활용 측면은 사실상 기술적인 발전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 하지만 생산 측면은 사회적ㆍ환경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때문에 국가적 방향제시가 필요한 분야다.

그러면 수소에 대해 전세계가 집착하는 이유는 무얼까. 편리하기 때문이다. 수소를 태우면 열과 물이 생긴다. 직접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거나 연료전지 형태로 사용할 수도 있다. 쓰레기로 물만 남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 같은 공해문제를 유발하지도 않는다. 생산된 수소는 액체나 기체상태로 대규모로 저장될 수도 있다.

다만 수소는 화학적으로 매우 반응성이 높아 대부분의 경우 물이나 석유ㆍ석탄 등 화석원료, 식물ㆍ동물 등의 구성원소만으로 존재한다. 때문에 분리과정을 거쳐야 한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일부에서는 수소 생산에 다른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원이라고 볼 수 없다고 수소경제 개념을 비판한다.

수소는 석유ㆍ태양열ㆍ원자력과 같은 1차 에너지원이 아니고 이들을 이용해 얻어지는 이른바 에너지 운반체인 2차 에너지다.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을 통해 얻어진 전기가 저장된 배터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다. 전기와는 다른 점은 저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1차 에너지원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 재고로 쌓아두고 수송도 자유롭다. 연료전지 자동차에 이용할 경우 휘발유처럼 그냥 주유해 사용할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는 석유류의 내연기관보다 출력면에서 월등히 뛰어나다. 수소를 태워도 물만 남기 때문에 공해도 없다. 연료전지는 수소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소형 수소발전기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연료전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정용 소형발전소, 휴대폰배터리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도 수소는 석유정제 과정이나 화학ㆍ식품ㆍ전자공업 등에 기본 원료로 광범하게 사용된다. 이중 95%는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로부터 분리돼 얻어진다. 다만 가장 값싼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분리할 경우도 산출대비 투입 에너지는 4배나 든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산업 원료’인 셈이다.

결국 향후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생산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이 경우 청정에너지라는 측면에서 물(H₂0)로부터 수소(H₂)를 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물 분해에도 에너지는 소비된다.

◇수소생산은 무엇으로 하나=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1차 에너지원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태양열이나 풍력ㆍ바이오매스 같은 신ㆍ재생에너지다. 태양열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고 이를 연료전지 형태로 사용하면 된다.

최근 정부가 작성한 ‘수소경제 로드맵’ 초안에 따르면 수소생산을 위한 1차 에너지로 신ㆍ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오는 2020년까지 22%, 2040년까지는 60%로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신ㆍ재생에너지의 경우 다만 친환경적인 면에서는 유리하나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가격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며 아직은 기술향상 정도도 늦다.

최근 유력하게 등장한 것이 원자력이다. 원자력계에서는 원자력을 통해 수소를 분리해내는 것이 보다 효율이 높고 가격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제4세대 원자로인 ‘초고온가스로’의 경우 1,000도 고온을 이용, 열화학 방법으로 수소 생산효율을 50%(산출 대비 투입에너지가 2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2020년까지 조기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원자력 사용의 확대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면에서보다 안전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사항이다.

궁극적으로는 핵융합밖에 방법이 없다며 핵융합 발전 연구에 보다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핵융합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이 愎募？것이 장점이나 기술적으로 아직은 불투명하다. 수조원의 신규 연구개발투자가 필요하며 기술적 실증화조차 2030년 후반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박종균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수소사업추진반 단장은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1차 에너지원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며 “조만간 화석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감안,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