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 일가의 2세 승계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그룹내 비상장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빚까지 낸 것으로 드러났다. 오너 일가의 욕심을 채우는데 그 부담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27일 일진그룹에 따르면 지난 21일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지분 753만5,897주(15.27%) 전부를 시간외거래를 통해 사들인 비상장 계열사 일진파트너스는 지분 매입 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과 현금 차입까지 했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일진파트너스는 기존 자산에다 차입금과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허 회장의 지분을 샀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진홀딩스의 종가 2,300원을 기준으로 허 회장 지분의 추산가는 총 173억3,256만원이었다.
일진파트너스가 허 회장의 주식을 사기 위해 빚까지 떠안았을 것이라는 추측은 일찌감치부터 제기된 것이었다. 일진파트너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36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8억원, 4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더욱이 지난 2009년까지는 매출이 고작 8억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았기 때문에 자금을 모을 여력이 없는 회사였다.
일진파트너스는 본래 1996년 설립돼 최근까지 팩토링금융업을 하는 일진캐피탈이었다. 이회사는 그러나 지난 2010년 5월부터 상호를 바꾸고 그룹내 물류ㆍ운송주선을 맡아 2세 승계에 악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일진전기로부터 매출 100%를 올리는 전형적인 일감몰아주기 회사로 변신, 3년 만에 17배나 규모도 키웠다. 그러나 허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일진파트너스의 유동자산은 120억7,626만원, 이중에서도 매출채권, 미수금 등을 제외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억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173억원 이상의 허 회장 지분을 사기 위해서는 회사 전체를 탈탈 털어도 불가능한 규모라는 것.
따라서 일진파트너스의 재무구조를 비춰볼 때 허 회장 지분 매입을 위해 이 회사가 최대 100억원 이상의 부채를 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사 올해 일진전기로부터 일감을 쓸어 담아 매출 신장이 급격히 이뤄졌다 하더라도 지난해까지 이익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던 비상장사가 갑자기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차입없이 확보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일진파트너스는 지난해말 기준 우리은행으로부터 42억원을 대출받으면서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2.69%로 돈을 빌렸다. 또 과거에 일진홀딩스와 그룹 투자계열사인 아이텍 등으로부터 차입한 금리도 6.4~7.0%였다. 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 1년 이익이 수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매년 이를 이자비용으로 모두 토해내는 꼴이 됐다.
주식을 남에게 넘기는 게 아닌, 비상장 계열사에 안치하는 대가로 오너 일가만 세후 138억원 가량을 챙기고 회사는 주력 계열사 일감을 몰아 받아 번 돈으로 이를 갚아나가는 전형적인 회사돈 빼가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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