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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내각이었던 교통장관
입력1998-12-04 00:00:00
수정
1998.12.04 00:00:00
지난해 런던에서 국제항만협회(IAPH) 총회가 열렸다.당시 영국의 게이빙 스트랑 교통장관은 『영국은 섬나라이므로 해운과 항만이 경제적 생명선이며 이것이 국민경제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무역은 연평균 4%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미래의 세계경제 번영은 무역에 달려 있고 무역의 성장 여부는 해운과 항만이 효율적이고 경쟁적이어야 가능하다. 영국의 수출과 수입은 각기 GDP의 28%를 차지하고 해상화물 수송은 물량으로 95%, 가격으로 77%에 이른다.
해운은 금융·보험 등 연관산업의 경제활동을 유발하여 200억파운드의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있다. 영국은 유럽국가 중에서 제일 긴 해안선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생태학적으로 가장 민감한 지질학적 다양성을 가진 영해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에서 통항량이 가장 많은 해역이다. 따라서 해난 및 해양오염사고의 빈도가 높은 곳이다. 특히 세계 3대 기름유출사고가 영국 주변에서 발생했다. 대부분의 사고가 사람들의 과실에 의해 발생했으므로 철저한 훈련제도를 수립해 시행하겠다. 매년 10만톤 이상의 기름이 유출돼 해양환경보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어 그 대책으로 벌금 증액, 규칙 강화, 항만 내 폐유 수거시설 증설 등을 추진하겠다.』
필자는 이 연설을 듣고 두 가지를 느꼈다. 하나는 영국의 해운정책이 우리에게는 타산지석이 된다는 점이다. 한국도 분단돼 사실상 섬나라이며 자원의 수입과 제품의 수출 등 지리·경제적으로 영국과 너무나 흡사하다. 한국 역시 해운의 역할과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장관의 해운정책은 무역진흥에 초점을 맞추었고 또한 해운안전과 해양환경 보전에 관한 정책도 실용성 있고 명쾌해 공감이 갔다.
더욱이 영국은 세계를 주도했던 주축국이었고 특히 해운은 수백년의 전통을 통해 런던을 중심으로 세계해운시장과 금융시장, 그리고 보험시장을 확고 부동하게 구축해왔기에 우리에게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게이빙 스트랑 장관의 경력이었다. 그는 에딘버러와 케임브리지를 졸업한 후 노동당에서 많은 당직을 거쳤고 94년부터 노동당 예비내각의 일원으로 있다가 지난해 3월 출범한 토니 블레어 정부의 교통장관이 됐다. 그는 참모가 만들어주는 연설문을 대독하는 장관이 아니었고 자신감 넘치고 당당하여 인상적이었다. 그 분야에 대한 문외한이 어느날 갑자기 벼락감투를 쓰고 앉아 비전도 철학도 없이 왔다갔다하다가 업무의 윤곽도 파악하기 전에 명쾌한 이유도 없이 1년 미만의 단명으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던 우리와는 너무나 달랐다. 미증유의 국난인 IMF 사태의 원인 중 하나도 그러한 전문성도 원칙도 없는 인사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 야당도 예비내각을 하겠다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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