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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서울대 김광우교수『내 몸을 공부재료로…』
입력1999-02-25 00:00:00
수정
1999.02.25 00:00:00
지난 13일 서울대병원 진단방사선과 컨퍼런스실. 서울대병원 일반외과와 진단방사선과 공동학술토론장은 참석 교수와 전공의 등 30여명의 흐느낌으로 눈물바다를 이뤘다.조선시대 명의이자 허준의 스승이었던 유의태선생이 제자 허준에게 공부재료로 자신의 시신을 해부케 했던 일화처럼 서울의대 노교수가 자신의 병든 몸을 기꺼이 후학들의 공부재료로 제공, 참석자들을 울렸던 것.
그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이 병원 51병동에서 투병중인 서울대 의대 마취과 김광우 교수.
김교수는 「수술 후 대장 누공(구멍이 여러개 생김)의 치료 및 경과」를 주제로 열린 이날 증례토론회에 『어떻게 투병중인 스승을 증례로 삼느냐』며 감히 말을 못거내고 있던 후배 및 제자들을 위해 『스승으로서가 아닌 환자로 참여할테니 내 몸을 공부재료로 삼으라』며 참석했다.
김교수는 97년5월 신장암 진단을 받고 1차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98년5월 암이 재발, 2차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지난해 12월28일 암조직 재발부위인 십이지장, 췌장, 대장, 소장의 일부를 절제하는 1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광범위한 절제에 따른 염증 등으로 인해 대장에 누공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동안 타인의 증례만을 듣고 교육했던 김교수. 그도 본인의 사례발표를 통해 복잡한 암 수술후 생긴 대장 누공의 임상양상과 투병과정을 소개해 나가는 대목에서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에 토론회장은 한동안 후학들의 흐느낌만 감도는 「눈물의 토론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김교수는 자신의 사례에 대한 증례토론을 모두 들은후 『저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의사는 환자를 가족 돌보듯이 최선의 치료를 해야 한다』면서 『다시한번 모두 휼륭한 의사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당부한 뒤 제자들의 손에 의해 휠체어를 타고 다시 병실로 향했다.
토론회장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숱한 임상교육 현장에서 30여년간 교수로서 타인을 증례로 가르쳐온 김교수가 본인 스스로 병상에서의 아픔과 고통을 뒤로 한 채 의사후배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제자들의 가슴에 산교육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신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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