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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이야기] 살인혐의 전직경찰관 억울한 옥살이
입력1999-09-05 00:00:00
수정
1999.09.05 00:00:00
윤종열 기자
이번 사건은 수사기관이 범인이 아닌 선량한 동료경찰관을 범인으로 만든 대표적인 강압수사로 꼽히고 1·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했는데도 이를 외면했다.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서울 관악경찰서 관내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김기웅(金基雄·당시 27세)순경은 92년11월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카페 여종업원 李모(18)양과 함께 여관에 투숙한 뒤 아침 7시께 여관을 나와 파출소에 출근했다. 그 후 여관방에 들렀는데 李양이 피살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그는 이 때부터 살인범으로 몰렸다.
당시 여관방에는 金순경의 것으로 볼 수 없는 희미한 신발자국이 남아있었으며, 관계를 갖고 버린 혈액형이 金순경과 다른 한명의 것으로 보이는 정액묻은 휴지가 발견됐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1·2심 재판부는 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李양이 새벽3시~5시30분 사이에 숨진 것 같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를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 金순경을 범인으로 단정했다.
동료경찰관들도 강압수사와 자백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는 온갖 회유로 자백을 받아내면서 金씨를 범인으로 몰았다. 결국 金순경은 살인범이란 누명을 쓰고 검찰로 송치됐다. 검찰로 넘어온 金순경은 범인이 아니라고 목청을 높였으나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서울지검 강력부 김홍일(金洪一)검사는 金순경을 구속기소했다.
1심인 서울지법 곽동효(郭東曉)부장판사는 징역12년을 선고했다. 金순경은 이 판결에 불북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박용상(朴容相)부장판사는 金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변호는 판사출신인 이명화(李明和)변호사, 2심변호는 검사출신인 반헌수(潘憲秀)변호사가 맡았다. 潘변호사는 사건을 수임하기 전 기록을 검토한 결과 무죄를 확신할 수 있었으나 예상밖의 판결을 받고 金순경 가족과 함께 오성환(吳成煥)변호사를 찾았다. 吳변호사는 기록을 살펴보더니 흔쾌히 사건수임을 허락했다. 吳변호사는 金순경의 무죄를 위해 A4용지 51장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사건을 맡은 박준서(朴駿緖)대법관은 상고이유서와 사건기록을 살펴본 다음 당시 전속연구관인 유승정(劉承政)판사에게 이 사건을 한번 주의깊게 살펴볼것을 특별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록을 넘겨받은 劉판사는 꼼꼼히 사건을 검토한 결과 金순경이 범인이 아니라는 연구보고서를 대법관에게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朴대법관은 재차 기록을 검토해 金순경이 범인이 아니라는 취지의 파기환송판결을 작성해두고 선고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선고를 앞두고 진범이 잡혔다. 진범은 강도혐의로 잡혀온 서진헌(徐鎭憲)으로 여죄를 조사받던중 李양을 살해했음을 시인했다. 대법원으로서는 선고를 한 뒤 진범이 잡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朴대법관은 金순경이 신청한 구속취소청구를 받아들여 金순경을 석방한 뒤에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金씨는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김승곤(金承坤) 경장등 모두 12명을 불법감금 및 직무유기등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그리고 金순경과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4억5,6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국가로부터 배상금과 함께 경찰관으로 복직돼 근무하고 있다.
윤종열기자YJYU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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