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은 전체 협상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6차회담 이후 4개월 만에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양측은 합의 도출 가능성이 있는 원산지, 서비스, 지리적 표시 등에 대한 분과협상을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분과협상 대상에서 빠진 상품양허, 자동차 기술표준 등 이견이 큰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양측 수석대표 간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예정이다. 두 경로(투 트랙)로 절충을 벌이면서 협상의 추진력을 살려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원산지 7차 협상 최대 쟁점=양측의 견해차가 크고 고위급의 결정을 거쳐야 하는 상품양허와 자동차 기술표준 등 여섯 차례의 분과협상 결과 타협점을 찾기 힘든 분야가 분과협상에서 빠지는 만큼 7차 협상의 최대 쟁점은 원산지 분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분야에서는 역내산 부가가치 비율과 관세를 부과할 때 품목을 분류하는 세번 비교 등 원산지 기준 설정에서 품목마다 양측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EU 측은 품목별 원산지 판정 기준으로 역내산 부가가치 비율과 관세를 부과할 때 사용하는 품목분류번호인 세번을 비교하는 방법을 함께 이용하자고 주장하며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해 높은 부가가치 비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EU 측의 부가가치 비율을 수용할 수 없고 품목에 따라 부가가치 비율이나 세번 비교 중 하나를 기준으로 활용하자고 맞서고 있다. 당국자는 “EU 측이 다소 개선된 안을 제시했으나 우리 측으로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 원산지 표기와 관련해 ‘made in EU’ 또는 국가명칭을 업계가 자율적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EU 측 요구도 우리로서는 쉽게 응낙하기 힘든 부분이다. 지적재산권은 샴페인ㆍ코냑 등 농산물ㆍ포도주ㆍ증류주에 대한 지리적 표시가 남아 있지만 별 쟁점이 없어 실질적인 타결이 기대되는 분야다. 자동차 기술표준을 제외한 전기ㆍ전자, 포도주ㆍ증류주, 화학물질 등 나머지 품목의 비관세 장벽에서도 합의 단계는 아니지만 6차 협상에서 해결의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합의 도출이 기대된다. ◇“협상 타결 기반 마련” 목표=이번 협상은 핵심 쟁점에 대한 분과협상이 빠져 긴장감이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전체 협상의 맥락에서 이번 협상 결과가 앞으로의 협상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한수 전 FTA 교섭대표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공식 데뷔하는 이혜민 우리 측 수석대표도 이런 점을 감안해 9일 “(7차 협상을 통해) 협상 타결을 위한 프레임(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상품양허와 자동차 기술표준에 대한 수석대표 간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원산지 등에 대한 분과협상에서 타결의 윤곽을 그릴 수 있으면 전체 협상의 속도를 끌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전체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는 뒤로 미루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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