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분야에서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국내 제약업계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를 둘러싸고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측은 FTA협상에서 국내 제약사들에 불리한 지적재산권 강화에 초점을 맞추며 국내 업계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한미 FTA 의약품 분야 협상 초안에서 미국은 자국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을 연장하고 신약허가를 위해 제출되는 자료 독점권을 강화할 것을 강하게 주장, 제네릭(카피약) 제품에 의존하는 국내 업체들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국내 제약산업의 전반적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보다는 업계 구조조정을 앞당김으로써 중장기적으로는 상위권 제약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상화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측의 요구대로 신약 특허기간이 연장될 경우 카피 제품에 의존해 온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큰 악재가 될 것”이라며 “대다수 중소형사 뿐 아니라, 제네릭 비중이 높은 한미약품 등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애널리스트는 또 협상이 끝나기까지 정책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지속, 실적이 괜찮아도 주가가 오르지 못하는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외국계 라이선스 제품 판매나 신약 개발에 치중하는 대웅제약, LG생명과학, 대웅제약, 중외제약 등은 FTA의 악영향을 비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한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이혜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도 “최근 주가 약세로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측의 ‘자국 의약품의 지적재산권 강화’ 목적은 국내사들에 여전히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반영, 이날 제약주들이 줄줄이 하락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의약품 업종지수는 전날보다 4.22%나 급락했다. 종목별로는 업종대표주인 유한양행이 5.71% 하락한 것을 비롯해 LG생명과학(-7.62%), 부광약품(-6.33%) 등도 일제히 떨어졌다. 제일약품(-11.03%), 동신제약(-12.28%) 등은 두자릿수 낙폭을 보였다. 하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에게 타격을 입힐 한미 FTA가 국내 업계에는 ‘입에 쓴 약’이 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만만찮다. 황호성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협상 초안에 따르면 일부 국내 업체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주가를 억누르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보건정책 방향상 미국측의 특허권 강화 요구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지 않고, 대중광고 허용은 브랜드가치 강화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산업 펀더멘털을 저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주가하락을 동아제약이나 종근당 등 낙폭과대 상위업체의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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