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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장군없는 증감원
입력1998-09-18 16:13:49
수정
2002.10.21 23:08:29
09/18(금) 16:13
증권감독원은 스스로 주식, 채권등 직접금융시장의 파수꾼임을 자처해왔다. 이런 증감원이 최근 조직축소, 권한축소, 리더십 부재의 3각 파도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다.
금융감독기구의 조직개편 용역을 맡은 맥킨지는 증감원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도 증감원의 감독권을 규제개혁차원에서 상당수 폐지시켰다.
이같은 사정이 지난 17일자 본지에 「증감원이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직면했다」는 내용으로 보도되자 증감원 고위 관계자들은 규개위 부문을 문제삼아 취재경위를 조사하고 취재에 협조한 실무자를 심하게 질책했다.
증감원 고위 관계자는 『규개위 부문이 보도됨으로써 그동안 규개위와 쌓아놓은 관계가 무너져 곤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증감원은 규개위의 권한축소 움직임에 대해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규개위 위원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인가.
증감원은 안팎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조직붕괴의 위기에 까지 놓이게되자 『직접금융시장의 감시·감독 기능을 말살하려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논리를 정정당당하게 펼쳐 응전하지 않고 「관계형성을 통한 해법」을 시도했다는 것은 적절한 대처라고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규개위 심사소위에 참석한 증감원 임원과 국장들은 3시간을 기다려 규개위 위원들과 대면했지만 자신의 정당성에 대해서 변변한 반론조차 제기하지 못하고 돌아나왔다고 한다.
어떤 조직의 실력은 그 조직이 외부로부터 「도전」받았을 때 어떻게 「응전」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증감원은 외부 도전에 응전할 채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 이런 증감원이 직접금융시장을 과연 책임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난 연말 이후 증권사, 투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증감원 실무진들은 밤샘을 밥먹듯하며 업무처리에 열중했다. 증감원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뿐 아니라 외국어도 능통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도 있는 우수한 실무자들이 많다.
문제는 증감원에 이런 훌륭한 장교들을 진두지휘하며 전쟁을 이끌어갈 장군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방패가 되어주지 못하는 임원들이 무슨 낯으로 부하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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