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서 지난해 53.6%(매출기준)의 점유율을 기록한 세계 1위 업체다. 다만 퀄컴은 자체 생산시설은 따로 없이 반도체의 설계와 개발만 담당하는 팹리스업체로 실제 생산은 외부의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입장에서 퀄컴은 모바일 AP 개발을 둘러싸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이자 막대한 파운드리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고객이기도 한 셈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시장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의 TSMC에 밀려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7%로 2년 전에 비해 반 토막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TSMC는 퀄컴 물량의 대부분을 독점하며 지난해 46.3%의 점유율로 선두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
이처럼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고전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을 이끌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은 최근 부품(DS) 부문 임직원들에게 보낸 경영 현황 메시지를 통해 "1·4분기 매출은 늘었지만 메모리에 비해 시스템LSI는 다소 부진한 사실상 위기상황"이라며 "시장 선두인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삼성이 강자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퀄컴의 파운드리 물량 확보를 택했다. 이를 위해 먼저 올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화성사업장 내에 시스템반도체 전용공장 '17라인'을 조성 중이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최첨단 공정방식인 '14나노 핀펫'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AP칩이 생산될 예정이다. 14나노 핀펫은 칩 면적을 최대 15%까지 줄일 수 있는 기술로 기존 20나노 평면 기술 대비 최대 35%의 전력감소와 20%의 성능 향상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최근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사인 '글로벌파운드리'에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 역시 퀄컴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파운드리는 TSMC에 이은 세계 2위의 파운드리업체로 현재 퀄컴에 모바일 AP를 공급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결정 역시 퀄컴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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