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암투병이 연일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KBS 2TV ‘장밋빛 인생’(수ㆍ목 오후9시55분)이 안방극장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을 가뿐히 뛰어넘고 올해 최고의 인기드라마로 자리를 굳히는 건 시간문제다. ‘장밋빛 인생’은 12일 47%의 시청률(TNS미디어코리아)을 기록했다. 6일 40.7%에서 일주일만에 무려 6.3% 오른 수치다. 방송가에서 드라마 성공의 기준점으로 말하는 시청률 20%를 넘은 건 이미 오래 전의 일. 이른바 ‘국민 드라마’ 클럽의 가입자격이라 불리는 마의 50%를 불과 3% 남기고 연일 순항 중이다. ‘장밋빛…’은 최근 안방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김삼순’은 못 생겼지만 당당한 30대 노처녀라는 과거 드라마에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전면에 등장시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와 비교한다면 ‘장밋빛…’은 불치병과 불륜이라는 뻔한 신파의 유구한 ‘흥행 공식’ 전통을 면면히 이어받았다. ‘또순이’ 주인공이 온 몸을 바쳐 희생하지만 성공한 동생들은 언니, 누나의 뒷바라지 따위는 잊고, 남편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 이혼을 요구한다. 여기에 주인공은 암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드라마는 특히 중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누른다. 맹순이 남편 반성문(손현주)의 천연덕스런 본처 구박에 시청자들은 분노하지만, 애인에게 버림받고 아내의 암 투병 사실을 깨달으며 처절하게 참회하는 장면에서는 여성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한껏 자극한다. 주부들 모임에서 이 드라마를 모르면 이야기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전형적인 ‘아줌마 드라마’이기에 시청자들은 브라운관 앞에서 공감대를 함께한다. 드라마는 앞으로 더 처절하게 눈물샘을 자극할 예정이다. 이제야 정신 차려 아내 곁으로 돌아온 반성문의 참회록과 삶과 행복에 대해 더 애절하게 느낄 맹순이의 투병기가 통속적이지만 진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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