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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바둑영웅전] 정직하고 우직한 사내

제8보(101~129)


창하오의 손길이 거칠어졌다. 흑3, 5로 움직인 것은 어떤 풍파를 기대해 보는 수순이다. “창하오가 화가 났군요.” 조훈현이 또 웃으면서 말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서능욱9단은 흑7 이하 11을 보고 고개를 끄덕끄덕. 그런 식으로 거칠게 판을 흔들어 보아야 한다는 끄덕임이었는데…. 흑13을 보고는 실소를 터뜨렸다. “예라이 순진한 친구야. 그렇게 두어가지고 상대가 걸려들어 주겠나.” 흑13으로는 참고도의 흑1 이하 5로 우악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이런 장면의 요령이라는 것이었다. 백6까지의 응수를 확인하고서 비로소 7로 둔다. 만약 백이 8로 받아주면 흑9 이하 15로 화려한 역전승이다. 그러므로 백은 8로 이어주지 않고 A로 손을 돌릴 것이며 흑이 8의 자리에 연결하면 비로소 10의 자리에 두어 살 것이다. “그것으로 역시 백승 아닌가” 서능욱에게 반문했더니 웃으면서 대답한다. “일단 그런 식으로 가는 게 요령이라는 얘기죠. 창하오는 꼼수의 요령을 잘 모르는 모양이에요. 후후후.” 하긴 장쉔이 결혼 전에 창하오를 평한 말 가운데도 비슷한 것이 있었다. “우리 창하오는 군인으로 치면 사관학교 출신이에요. 고지식한 정통파랍니다. 정직하고 우직해요.”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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