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명의 사나이’. 요즘 충무로에서 김우택(42) 쇼박스ㆍ메가박스 대표를 두고 부르는 말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전국 1,174만명)부터 ‘말아톤’(518만명), ‘웰컴 투 동막골’(640만명. 5일 현재)까지. 영화 3편으로 전국 2,000만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흥행몰이가 한창인 ‘…동막골’은 ‘쉬리’를 제치고 역대 한국영화 흥행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년간 5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4편 중 3편을 투자ㆍ배급한 쇼박스는 단숨에 ‘업계 지존’으로 거듭나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요즘 웃을 일이 많다. ▦그저 좋다. 겸손해 하면 오히려 오만하게 보이지 않을까? (웃음)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회사의 변한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준 게 가장 뿌듯하다. 그 결과물은 관객들의 즐거움이었다. -모두들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한다. ▦밖에서는 과감한 베팅이라고 하는데, 나는 성공을 확신했다. (웃음) 시나리오가 너무 재밌었다. ‘말아톤’이나 ‘동막골’ 모두 제작사에서 작품의 컨셉트를 정확히 잡고 있었다. 제작사와 의사소통도 너무 좋았다. 하나님의 은총도 함께 한 것으로 생각한다. -‘…동막골’은 오히려 투자사가 예산을 늘렸다. ▦영화 후반부 전투신은 규모가 커야 관객들에게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돈 문제는 업자들이나 관심이지 관객에게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 재미있게 작업했고,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그러면 투자자로서 성공한 거다. -‘말아톤’이나 ‘동막골’이 ‘태극기 휘날리며’와 다른 점을 꼽는다면? ▦‘태극기…’ 때는 신생회사였던 쇼박스가 크기 위해 한번은 점프해야 할 절박감이 있었다. 조직을 올인 시켜 배우기에 급급했다. ‘말아톤’부터는 기획단계부터 제작사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촬영부터 편집, 믹싱, 마케팅까지 제작사와 적극적으로 밀접하게 작업했다. 제작사들과 코드가 맞았다. 장면마다 참견하고 엎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원하는 바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손 놓고 완성본이나 받아보는 게 메이저 투자ㆍ배급사의 역할은 아니다. -대기업이라는 덩치로 승부는 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영화에서 규모의 경제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1년에 어떻게든 30편 넘기려고 아무 영화에나 투자하진 않는다. 모든 영화에 집중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쇼박스가 메인으로 투자하는 작품 중 연 3~4편만큼은 관객들에게 ‘쇼박스표 영화’라는 이미지를 주고 싶다. -쇼박스는 뻗어가는데, 메가박스는 주춤해 보인다. 서울에선 코엑스 이후로 신규 개점이 없다. ▦목동점은 예정대로 11월에, 신촌 민자역사에 내년 4월 개관한다. 각 점이 먼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서울 코엑스나 부산 서면, 해운대 모두 그 지역에서 1등하는 극장들이다. 멀어서 평소에 자주 못 와도, 가장 가고 싶은 극장이란 질문에 “메가박스”란 대답이 나오도록 하는 게 목표다. -‘말아톤’ ‘동막골’ 모두 해외수출이 쉽지 않은 작품이다. 올해 쇼박스 영화 대부분이 최근의 한류 열풍과 멀어 보인다. ▦지금 회사의 실력으로는 국내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게 우선이다. 한류는 중요하다. 결국 그 길로 갈 거다. 사실 지금이라도 한류스타 동원해서 기획영화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다음에 나가야 한다. 몇 년 늦어도 늦은 게 아니다. 돈으로 밀어붙이는 거, 경쟁력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건 장기적으로 의미가 없다. -쇼박스 CEO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지도 5년이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게 제일 좋다. 영화 한 편에 일희일비하는 절박감에서도 자유로워졌고. 그 자유로움은 쇼박스의 자신감으로 쌓여간다. 영화판이 레드오션이라고? 남들 다 떠나면 블루오션 되지 않겠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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