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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신용 사이클' 투자 이정표 활용을

아시시 샤 AB자산운용 글로벌 채권 담당 이사


물이 반 정도 담긴 컵을 보고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고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투자자들 대부분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채권 투자도 기준금리 인상 조치를 우려의 대상으로 여긴다.

흑백논리처럼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경우만 생각하는 틀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보자. 시장이 신용 사이클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파악한다면 기준금리 상승 여부와 관계없이 숨어 있는 투자기회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신용 사이클은 뚜렷한 단계별 특성을 갖고 있다. 우선 신용 팽창 단계에서는 기업 소득이 증가하고 기업의 대출 활동이 활발해진다. 증가한 채무는 기업들의 신용 위험도를 높여 자산가치를 하락하게 한다. 이에 따라 대출기관들은 인상된 금리로 기업에 돈을 빌려준다. 이는 신용 수축 단계에 해당된다. 이후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들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무상태 개선에 나서고 신용 사이클은 회복 단계를 맞이하게 된다.

신용 사이클은 각 국가에 따라 제각각 다른 단계를 밟고 있다. 미국의 투자 등급 산업체들은 현재 팽창 단계에 접어든 반면, 에너지 관련 기업과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의 기업들은 수축 단계에 들어섰다. 또 남미 지역의 기업들은 대차대조표를 수정하며 개선 단계를 지나고 있으며 미국 및 유럽의 금융업은 이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나는 신용 사이클을 고려하면 투자를 할 때 분산투자를 하면서도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다양한 지역과 분야에 대한 분산 투자는 신용 위험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환매가 몰려 자금을 빼기 어렵거나 수익률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위험을 미리 차단해준다. 다만 투자자들은 채무불이행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선별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또 포트폴리오 구성 종목을 자유롭고 유연하게 교체하지 못하는 인덱스형 채권펀드보다 액티브형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 최근 급격한 유가 하락 시기에 에너지 분야의 채권 비중을 축소하지 못해 손실을 본 경우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확장 및 축소현상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신용 사이클을 투자의 이정표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본인의 포트폴리오와 투자처의 신용 단계를 확인하면 앞으로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눈앞에 있다고 해서 전전긍긍하는 자세는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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