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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0월 27일] 반쪽짜리 기무사 미술관
입력2009-10-26 18:14:29
수정
2009.10.26 18:14:29
파리 빈민가에 퐁피두센터를 세운 조르주 퐁피두 프랑스 대통령, 루브르궁 재무부 사무실을 루브르미술관으로 바꾼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마드리드의 왕가국립병원을 레이나소피아 미술센터로 바꾼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부부, 런던의 전력발전소를 테이트모던 미술관으로 개조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이어 등장한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 시민의 접근성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조선 왕가의 종친부가 있었고 국군기무사령부로 쓰이던 소격동 부지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는 지난 22일 옛 기무사 터에서 막을 올린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개막식에서 상영된 홍보동영상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기무사 터를 미술관 부지로 활용하기로 한 이 대통령의 결정 이전에는 20년간 "서울 시내에 미술관을 확보하자"고 주장한 미술계 인사들의 노력이 있었다. 이를 본 한 미술계 원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은 멀어서 반쪽, 덕수궁 분관은 서관(西關)만 쓰는 반쪽, 기무사는 미술인의 공로를 아우르지 못하고 국군병원 옆에 들어서니 역시 반쪽"이라고 지적했다.
'신호탄'이라는 전시 제목은 어두웠던 기무사의 과거를 역동적인 예술의 힘으로 되살리려는 의지다. 원로부터 신진까지 58명의 작가들이 회화ㆍ조각부터 설치ㆍ퍼포먼스까지 작품 300여 점을 내놓았다. 볼거리는 풍성하지만 '신호탄'이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미 기무사 건물은 7월 말에 미대생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페어'로 대중에 처음 개방됐고 최근까지 국제현대미술행사인 '플랫폼 인 기무사'가 열렸기 때문이다. 공간에 대한 일반인의 호기심이나 역사성에 대한 예술적 반추는 이미 끝난 상태다. 미술관이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에 끌려다니다 허탈한 반쪽짜리 신호탄을 쏜 셈이다.
미술계 안팎에서는 기무사의 미술관 전환을 두고 뚜렷한 소신을 펴지 못하는 배순훈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앞서 배 관장은 "건물 보수는 리모델링으로 부족하니 랜드마크로 다시 세워야 하고 국군병원도 옮겨야 한다"고 밝혔으나 '신호탄'전 개막 당일에는 국방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합의를 이유로 국군병원 이전이나 리모델링에 대한 확답은 피한 채 "국군병원을 포함해서 11월께 기무사 서울관 설계 입찰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배관장은 지금이라도 초심을 잃지 말고 오는 2012년 정식 개관할 서울관을 앞서 거론된 유수의 미술관 못지않은 훌륭한 미술관으로 조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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