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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2등도 잘 나간다
입력1999-12-15 00:00:00
수정
1999.12.15 00:00:00
아마 금메달에만 쏟아지는 스폿라이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 서럽고,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여겼기 때문일 게다. 그 순간 어느 한 분야에서 전세계 70억 인구중에 2등을 한, 실로 대단한 일을 성취했다는 만족감은 망각한 표정이었다.이 일은 우리 선수가 너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일어난 해프닝이다. 바꾸어 말하면 1등만을 최고의 가치를 삼는 「1등 지상주의」가 만연해 있는 우리 사회의 의식구조에서 비롯한다.
땅은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1등을 해야한다는 의식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또 자라면서 받은 교육의 대부분이 일류를 지향하고 그래야만 보다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닥달 받아온 까닭일 것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시장점유율·매출액 등 외형상의 1등을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어느 기업이라도 시장점유율이 1등인 제품은 자랑스럽게 광고를 한다. 반면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제품은 「기업비밀」이라는 핑계로 밝히기를 꺼려한다. 심지어 점유율이 엇비슷한 경우에는 서로 1등이라고 선언하는 해프닝도 종종 일어난다. 경쟁기업들이 통계학의 허점을 비웃듯 비교시점을 애매모호하게 잡는 숫자놀음으로 서로 1등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요즘 유통업계에서는 신선한 바람이 일고 「미투(ME-TOO)상품」으로 불리는 2등상품이 할인점 등을 중심으로 대거 부상하고 있는 것. 할인점들이 PB(자사상표)상품을 개발하면서 미투상품 생산업체와 전략적 제휴가 성공한 결과다. 화장지·우유·라면·식용유·당면에서 가정용품까지 미투상품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소비자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2등상품들이 가격인하의 핵심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1위상품은 미투상품과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미투상품도 질이 수준이하로 떨어질 경우에는 소비자가 외면하기 때문에 품질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 2,3등이 1등보다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1등은 물론 가치있는 일이다. 각계의 1등을 싸잡아 비난하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1등만이 가치있다」는 1등 지상주의가 우리사회에 끼치는 폐해도 만만찮다는 사실을 돌아 볼 필요가 그중 정당한 게임의 룰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다. 누구나 1등을 한 후 그 자리를 유지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이 뒤따른다. 기업들도 1등제품을 만든 후에 경쟁업체의 접근을 봉쇄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심지어는 독점상태로 시장을 차지하려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1등은 2등과 3등이 있어야 존재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할 때 1등보다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생활건강부 차장 姜彰炫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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