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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참여정부] (특별기고)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입력2003-02-24 00:00:00
수정
2003.02.24 00:00:00
김민열 기자
구한말 수구와 개혁의 치열한 갈등의 소용돌이 휘말려 국력을 소진한 결과 우리 나라는 그야말로 참담한 식민의 역사를 경험하였다. 외세를 힘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내부적으로 외세를 이용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로운 역사적 변혁은 필연적으로 기득권층의 저항에 직면하기 나름인데, 중재, 협상, 조화, 합의라는 일련의 민주주의적 정치과정은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합리적인 제도적 장치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경우 국민통합, 사회통합을 통해 국민적 역량이 집결될 수 있다.
신 정부가 산적한 새로운 국정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려면 법적, 제도적 정치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국민의 참여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라는 내용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성패가 달려 있다.
교육, 의료, 조세 등 국민의 일상에 직결되는 현안들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때 기득권을 툴툴 털어 버리고 마음을 비울 사람들은 세상에 흔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안보, 외교, 통상 등 범국가적 과제들의 경우 서로 다른 사상과 시각의 차이를 학술적 논쟁의 범주가 아니라 현실화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갈등의 수위는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다.
오늘 대한민국이 당면한 역사적 현재는 바로 심각한 내부갈등이 국민적 에너지로 뭉쳐질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소진되어 버릴 것인가라는 위기의 순간에 처해 있다. 신 정부는 국민통합이 바로 역사적 소명이라는 인식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에 달하는 스위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일류국가다. 좁은 국토, 험난한 지형, 빈약한 부존자원, 부족한 노동력, 열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위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스위스가 강력한 국가경쟁력을 보유하게 된 원천은 다민족 국가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내재적 갈등을 국민통합을 통해 극복한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6세기 스위스 연맹이 탄생한 후 아무리 심각한 내부갈등에 직면해도 내란과 같은 극단적 선택보다는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려했던 역사적 전통이 스위스 국민들의 정서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스위스의 노사관계를 보면 파업과 공장폐쇄와 같은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며, 항상 단체협약과 중재에 의해 노사쌍방의 입장을 조율해 나간다.
그 결과 인접국가들이 10%에 육박하는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낮은 실업률과 높은 임금으로 국민들에게 보답한다.
50년대초 천연가스의 발견으로 풍요로운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던 네덜란드는 70년대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국민들의 근로의욕은 나날이 약화되었던 네덜란드는 급기야 80년대 초반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하게 됐다.
이 때 새롭게 집권한 루베르스 정부는 바세나르협약을 통해 노사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보장제도의 개혁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힘을 쏟았다. 한편 시장의 경쟁을 제고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실시한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을 다수 보유하게 되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의 사례는 신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과제가 성공하기 위해서 국민통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한다. 국민통합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경우 국민의 에너지는 분산될 것이고 일류 국가로의 국민적 소망은 멀어져 갈 것이다.
<김민열 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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