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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다음달부터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보험제공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선 다변화 움직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이란산 원유 수입량의 감소분만큼 다른 중동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대폭 늘리는 한편 그동안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외면해오던 북해산 브렌트유도 새로운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이란산 원유 수입물량은 396만3,000배럴로 1년 전인 지난해 5월 수입량 655만3,000배럴에 비해 65.3%나 급감했다. 올 1~5월 누적 수입량 역시 2,921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 원유 수입량의 9.4%를 차지하던 이란산 원유 비중은 5월 현재 4.8%로 1년도 안돼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제재에 맞춰 국내 정유사들이 서둘러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EU가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의 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 제공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는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이달부터 원유 선적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이 올 스톱됨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는 당장 다른 중동산 원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5월 쿠웨이트산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57.3% 증가한 1,329만1,000배럴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카타르산 원유는 37.4% 늘어난 782만3,000배럴을 수입했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산 원유의 5월 수입량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3%와 112%씩 급증했다.
중동산 원유에 비해 비싼 가격과 높은 운송비 부담 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은 수입하지 않던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을 계기로 새로운 수입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북해산 브렌트유 400만배럴을 들여왔던 GS칼텍스는 올 5월 현재 이미 지난해 수입량을 넘어선 총 700만배럴의 브렌트유를 수입했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들어 브렌트유 수입량을 지난해보다 소폭 늘린 데 이어 수입 확대 여부를 신중히 고민 중이며 현대오일뱅크 역시 브렌트유 수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올 1~5월 영국과 노르웨이산 원유 수입량은 각각 855만배럴과 1,016만배럴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수입량 201만배럴과 306만배럴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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