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대의 자금을 굴리는 개인투자자 A씨는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출처 해명 안내문'을 받았다. 주식투자 자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으니 국세청에 나와 해명하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A씨는 국세청에 나가 자금출처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해야 했다.
세수확보와 신종탈세 차단에 비상이 걸린 국세청이 주식시장에서 거액을 굴리는 이른바 '슈퍼 개미'의 자금출처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착수했다.
9일 국세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개인투자자 수백명을 대상으로 자금출처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대상에는 주식시장에서 수백억원 단위의 자금을 굴리는 슈퍼 개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변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국세청에서 자금출처 조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국세청이 슈퍼 개미의 자금출처에 대해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국세청에서 조사를 받은 개인투자자 A씨는 "매매차익으로 재산을 불렸는지, 아니면 부모나 제3자에게 증여를 받고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개인투자자 B씨 역시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출처에 대해 소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과세당국이 거액 금융자산가의 자금출처 파악에 나선 것은 최근 불법증여 대상이 기존의 부동산 중심에서 주식이나 예금 등으로 옮겨가면서 탈세에 이용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의 경우 자금원 추적이 쉬워졌지만 주식이나 예금 등은 여전히 자금출처의 사각지대에 있어 증여를 통한 탈세시도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식이나 예금 등을 변칙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고액의 금융재산을 취득했음에도 자금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모두 자금출처 해명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국세청이 고액 자산가들을 잠재적 탈세자로 취급하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에 해명자료를 낸 C씨는 "정상적인 시세차익을 통해 자금을 불렸지만 잠재적 탈세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며 "특히 소명을 위해 수백만원을 주고 세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적발과정에서 자금출처나 탈세가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되면 국세청 등에 통보하는 긴밀한 협력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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