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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그린벨트 땅을 살까요?

그동안 나는 그린벨트에 관한 상담을 많이 받았다. 그린벨트 땅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 또는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소문이 있는데 어디에 땅을 사야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내로라하는 부자들이었다. 정권이 바뀌거나 장관이 바뀔 적마다 으레 한번씩 소문이 돌았다.전문가로서 내 대답은 한결 같았다. 그린벨트는 절대 풀 수 없고 풀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소문이 돌고 나한테 전화가 연신 걸려왔다. 나는정의감에라도 사로잡힌 듯 극구 그린벨트 땅 사는 것을 말렸다. 헛소문이라고. 그런데 이번 발표된 정부안을 보면 정말로 풀릴 모양이다. 아, 그들은 지금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영 때문에 살려고 점찍어 놓았던 그린벨트 땅을 못샀으니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그동안 우리나라에 땅투기는 열병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길이 뚫리거나 용도가 바뀌면 벼락부자가 되었다. 아니면 약 쓰고 힘 써서 묶인 땅을 풀기도 했다. 모두들 졸부대열에 끼고 싶어서 안달이었다. 이같은 망국적인 열병이 차츰 꺼지고 있었는데, 그린벨트 해제란 뉴스를 타고 다시 불이 붙었다. 그린벨트만은 성역(聖域)이었는데 그 쪽으로도 불이 번진 것이다. 몇년전 친구가 집 사는 것을 봐주러 따라간 적이 있다. 성북동에 있는 빌라 였는데 집 바로 앞에 엄청난 숲이 있고 그 숲너머로 시가가 내려다 보였다. 친구는 이 숲 때문에 집을 살까한다는 것이었다. 과연 숲과 전망은 장관이었다. 나는 이 숲이 자연녹지인데 이 정도로 밀생한 숲은 용도전환이 불가능하므로 안심해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지난 겨울날 새벽 숨넘어가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 보니 그 숲이 밤새 모두 전기톱으로 날라가 버린 것이었다. 그러면 숲이 아니니까 대지로의 용도전환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지금 그 곳에는 한층 한층 아파트가 올라가면서 그 친구의 빌라 앞을 가로막고 있다. 좀더 약은 사람은 야밤에 나무들에 주사를 놓아 고사시켜 버린다. 이렇게 야금야금 우리 도시 내의 자연녹지가 좀먹혀왔다. 이래서 도시정책을 공부한다는 고지식한 내 주위에는 손해본 친구들뿐이다.이제 나한테 상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고지식한 어떤 사람이 그린벨트 땅을 살까하고 다시 전화한다면 나는 똑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그래도 그린벨트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李建榮(전 건설부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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