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서 경제가 저성장 흐름을 보이지만 금융자산은 많이 쌓이게 된다. 퇴직자들은 젊을 때 모아 둔 금융자산으로 노후를 살아가며 젊은 세대 역시 일찍부터 노후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쌓인 금융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고령화 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금융자산을 잘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최적화된 금융 인프라를 사전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노후대비용 금융자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오는 2043년 2,54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480조원에 비해 28년간 2,000조원 이상 증가하는 셈이다. 퇴직연금도 현재 100조원 수준에서 10년 뒤에는 400조원 규모로 불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는 노후 관련 금융자산이 본격적으로 쌓이는 초기 국면이기 때문에 자금운용의 물꼬를 잘 터놓는 게 좋다. 특히 노후대비 금융자산은 장기적으로 묶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가장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등 대부분의 장기자산이 원금보장상품에 들어가 있다. 1,000조원을 2%의 수익률로 100년간 운용하면 7,244조원이 되고 5%로 운용하면 13경1,500조원으로 무려 18배 차이가 난다. 한 사회가 예금 시스템으로 유지되느냐, 투자 시스템으로 유지되느냐에 따라 100년 이후 큰 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투자 시스템과 투자 DNA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투자 시스템이 갖춰지면 돈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구조로 인해 적어도 2020년까지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내부에서 축적된 금융자산까지 더해질 수 있다. 이런 자금이 해외로 자유롭게 이동하게 된다면 환율의 자동조절 기능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의 핵심적인 금융정보를 빨리 얻고 해외 기업을 지배할 수 있다. 국내와 해외 간 자금의 이동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왜곡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고령층은 부동산 자산은 많지만 금융자산은 부족하다. 유동성이 없는 집만 가지고 있다 보면 정작 쓸 돈이 없어 소비 수요가 부족해진다. 다음 세대에 집을 상속할 때 한꺼번에 부가 이전된다. 주택연금을 통해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시켜 소비감소를 완화해줘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고령화 초기이기 때문에 투자 DNA, 글로벌 투자, 주택연금이라는 세 가지 금융 인프라를 잘 갖추면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잘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