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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수면 아래 잦아들었던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계 간 갈등이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의 '책임론'을 계기로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혼선과 사후대책 미흡 등을 지적하는 비박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 친박계가 견제구를 던지면서 당내 미묘한 파장이 이는 모습이다.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관련한 정치권의 정부 비판 태도를 지적하면서 "아군 진지에 '설탄(舌彈)'을 쏘아대는 일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도발은 매우 은밀해서 (북한의 소행인지) 금방 식별될 수 없었다"며 "군 자체 조사가 진행 중일 때는 계획된 정부 일정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이라고 정부 측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친박계 윤상현 의원 역시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적군이 아군을 공격했을 때는 그 적군을 겨냥해야지 아군 지휘부를 겨냥하는 것은 결코 옳은 판단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발언 중 특정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 다음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사실을 지적하며 "정신 나간 일"이라고 정부를 비판한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한때 친박계의 집중표적이었던 유 의원이 정부 비판에 나서자 곧장 '경고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해당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회는 비판의 기능이 있다"며 이 최고위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김 대표는 "(비판의) 타이밍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점을 지적하지 못한다면 (국회의) 기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계의 견제를 받는 유 의원을 김 대표가 옹호하면서 당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런 상황에서 비박계 정두언 의원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갈등의 불씨에 부채질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총체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국가안보실이 무능·무책임·무원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가안보실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 대상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은 파장을 의식한 듯 "누구 한 사람 (겨냥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유 의원 측은 "굳이 정부 편을 들면서 걸고넘어질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민 여론이 어느 쪽을 향해 있는지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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