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은 올해 국내외 경제가 지난해 못지않게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미국만 '나 홀로' 성장세를 보였을 뿐 중국이 예상보다 부진했고 유럽의 회복세도 더뎠다. 여기에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마저 불안했는데 이 같은 경기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국내 경제도 소비부진과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혀 올해에도 큰 폭의 성장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본격적인 국내 경기회복은 최소 내년 상반기는 돼야 기대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올해 세계 경제, 전년과 비슷=국내 주요 업체들은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묻는 질문에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70.1%(54개사)로 가장 많았고 '2014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16.9%에 불과했다. 특히 13%는 더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8%, 지난해는 3.3%로 추정했다.
업종별로는 정보기술(IT)과 무역·식품업체들의 경기예측이 다른 업종보다 비관적이었다. IT로 분류된 5개 업체 중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반면 반도체(2개사)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좋아진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또 매출이 작을수록 경기전망이 부정적이었다. 1조원 미만 업체 중 33.3%, 1조~5조원 기업의 26.3%는 올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5조~10조 기업들 중 올해 경기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본 곳이 없었고 10조원 이상 기업 중 이런 답을 한 업체는 3.8%에 그쳤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국 경제도 지난해와 대동소이한 수준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IMF는 올해 중국 성장률을 7.1%로 보고 있는데 응답 기업 중 53.2%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년보다 좋아질 것이라는 대답은 18.2%였으며 성장률이 하락한다는 예측도 28.6%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항공과 철강·전기전자·유통 업종에서 중국의 성장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세계 경제 불안요인으로는 환율불안(환율전쟁)과 중국 경기 부진으로 꼽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실제 응답 업체의 23.5%는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환율불안을 꼽아 국내 기업들이 환율 관련 리스크를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는 중국 경기 부진(20.1%), 국제 원자재가격 불안(16.8%), 미국 금리 정상화(16.1%) 등의 순이었다.
◇국내 경기 회복, 1~2년 더 있어야=국내 경기를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각도 대체로 어두웠다. 올해 경기가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대답은 66.2%로 가장 많았고 '더 나빠진다'는 업체는 20.8%였다. '좋아진다'는 답을 한 곳은 13%밖에 안 됐다. 올해도 큰 폭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 경제 불안요인으로는 소비부진(22%)과 가계부채 증가(16.6%)가 첫손에 꼽혔다. 소비부진과 가계부채는 서로 맞물려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다. 여기에 엔저지속(원화강세)을 선택한 업체는 16%였고 투자 위축(11.3%)과 중국 경제 경착륙(10.7%), 재정 건전성 악화(7.3%) 등이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는 데는 1~2년이 걸린다고 내다봤다. 전체 응답 기업 중 31.6%가 내년 상반기를 선택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내년 하반기(27.6%), 오는 2017년 이후(18.4%) 등의 순이었다. 주요 기업 가운데 77.6%가 국내 경기가 살아나는 데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올해 하반기를 회복시기로 본 곳은 19.7%였고 상반기는 2.6%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과 무역·석유화학 분야 기업들이 주로 2016년 이후 회복을 예상했다.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50% 이상) 중 79.2%가 2016년 상반기 이후에 국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내다봐 다른 기업보다 더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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