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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한덕수씨 유력] 왜 그인가

정부 '실용' 지속 의지…대외개방 탄력<br>靑·政갈등씻고 시스템 의한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br>가장 시급한 현안 FTA협상등 추진력 발휘 기대도


청와대가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가 물러난 지 일주일 동안의 장고(長考)끝에 ‘한덕수 카드’를 사실상 선택했다. 청와대는 개혁과 혁신 마인드보다 ‘실용노선’에 바탕을 둔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무엇보다 고건 전 총리와 이해찬 현 총리 등 2대에 걸쳐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하면서 부처간 거중조정 역할을 튼실하게 해왔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정부 분위기를 보면 ‘한덕수 경제 부총리 카드’가 그동안의 정책 갈등을 씻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한 실장은 이 전 부총리와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시스템에 바탕을 두고 ‘컨트롤타워’를 형성, 행정부처 및 당ㆍ청과의 새로운 정책 조율을 시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에서 총리실의 입김이 거세질 것”이라면서도 “실용적 시장경제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고 청와대 및 당측과도 라인이 구축돼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실장은 정문수 청와대 경제 보좌관,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 등과 경기고 63회 동창인데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 이병완 청와대 홍보문화특보 등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책의 연속성에서도 점수를 얻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총리실에서 부처간 조율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책의 흐름은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 정책 흐름에서 ‘한덕수 카드’가 가장 큰 효용성을 지니는 것은 역시 대외 개방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업 등의 개방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면서도,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여러 이해관계에 엇갈려 힘을 발휘하지 못해왔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이런 면에서 “후임 부총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개방의 물결 속에서 비(非) 경제 부처를 설득해 추진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연초 경제정책운용 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핵심 정책으로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업종의 개방을 들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익 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과 추진중인 한미쌍무협정(BIT)도 마찬가지. 한미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인 스크린쿼터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문화관광부 주도로 부처간 조율을 시도해 왔지만 여전히 관련 부처 및 영화계의 반발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 일본 등 10여개국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도 탄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교섭본부장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개방경제를 신봉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덕수 카드는 분명 효용성이 있을 것이라고 관가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덕수 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국제 사회에서 더 이상 일방적인 시혜만을 받기가 어려워졌다”며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교역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는 나라”라고 자신의 경제 철학을 나타낸 바 있다. 미시적 정책 흐름에서는 이헌재 전 부총리가 추진해왔던 정책들이 큰 변화 없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대주택활성화 방안과 생계형 신용불량자 대책, 종합투자계획 등의 세부 대책이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큰 흐름만 부총리가 챙기고 세부 정책 추진은 차관에게 맡기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과 금리, 환율 등 거시 정책의 조합(Policy Mix) 측면에서도 결국 전문 관료들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 ‘한덕수 카드’가 능력보다 고위관료의 ‘노블리스 오블리쥬’문제를 우선 고려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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