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칼로 시작… 7000점 보유<br>악기 수집 위해 수시로 해외 찾아<br>귀한 카메라 방치…보다 못해 결심
| 나이프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정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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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진 세계악기박물관 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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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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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서 시작한 수집…박물관까지 차렸다
[수집 마니아 3人] 군용 칼로 시작… 7000점 보유악기 수집 위해 수시로 해외 찾아귀한 카메라 방치…보다 못해 결심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나이프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정욱 대표.
이영진 세계악기박물관 관장
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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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 개인 수집가들의 갤러리가 속속 문을 열면서 수집가들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수집은 혼자 즐기는 취미이다 보니 한 가지 테마에 집중하는 수집가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미 개관한 수집가들의 갤러리가 컬렉터들을 모으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되면서 수집의 영역도 오픈되기 시작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가 만난 한정욱 나이프갤러리 대표, 이영진 세계악기박물관 관장, 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 세 사람 역시 수집가 선배로서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이들이다.
그들 모두 모으는 수집품의 장르는 달랐지만 자의로는 수집을 그만둘 수 없을 만큼 수집에 중독돼있고 자신의 수집품에 있어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박물관을 열어 수집품의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베테랑 수집가들이었다.
■중독성 강한 수집의 세계
인사동에 국내 최초의 나이프 갤러리 문을 연 한정욱(54) 대표는 칼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 땅의 칼의 역사를 새로 쓴 사람’으로 통한다.
소장하고 있는 칼 수만 7,000여 점. 가지수만 따져도 미국, 일본, 영국 등지의 칼 전시관과 비교해도 가장 많다. 가위, 주방칼 부터 대검, 총검까지 칼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았던 한 대표의 수집 스타일 덕분이다. 그가 인사동에 나이프갤러리를 열자 세계 각지의 칼 수집가들도 그의 갤러리를 보러 찾아오곤 한다.
그가 수집을 시작한 것은 15살 때 우연히 모으게 된 미제 군용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였다. 15살의 한 대표는 지금처럼 갤러리를 차릴 정도로 그가 수집에 빠져들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한 대표는 “60대까지 직장생활을 하다가 나중에 경기도 쪽에 박물관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퇴직하기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며“하지만 예상보다 이르게 퇴직하면서 취미를 이용해 사업을 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갤러리를 열고 칼 판매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갤러리를 연 후 가장 좋은 점은 칼 수집가나 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점. 갤러리가 동호인들의 구심점이 된 셈이다. 심지어 해외에서도 한 대표의 나이프 갤러리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대표는 5년 전부터 직접 칼을 만들고 있다. 칼을 직접 만들게 되기 까지 국내외 칼 관련 서적은 모두 탐독했다. 한 대표는 “요즘은 쇠의 매력에 푹 빠졌다”며 도검 예술가의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 쇠의 문양이 어떤 원리로 생겨나는 지 설명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쇠를 함께 녹이면 자연스럽게 문양이 생겨납니다. 이런 섬세한 문양, 아티스트의 명성 등이 칼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죠.”
올해 한 대표가 세운 신년 계획은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박물관 건립 계획에 착수하는 것이다. 늦어도 이듬해 초까지 경기도청에 박물관 제안서를 내볼 생각이다. 한 대표는 “음지 문화로만 여겨졌던 칼의 예술적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박물관을 꼭 짓고 싶다”며 “방문객들이 직접 칼을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대장간도 한 켠에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시관 열 때는 고민 거듭
많은 수집가들이 한정욱 나이프갤러리 대표처럼 박물관을 열어 귀한 수집품들을 대중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비용 문제와 주변의 만류 등으로 많은 수집가들이 박물관을 열기도 전에 중도 포기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영진(50) 세계악기박물관 관장 역시 20여년의 수집 끝에 헤이리 첫 박물관 문을 열기까지 주변의 만류를 견뎌야 했다. 요즘도 필요한 악기를 구입하러 연중 서너 차례 여행을 가는 그에게 가족들은 “수익성과는 거리가 먼 수집 생활을 그만 할 수 없냐”는 말도 한다.
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주변 사람들부터 이미 박물관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지인들까지 “박물관 개관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말렸다. 개인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점, 개관 후 자기 생활을 챙기기 어렵다는 점 등이 만류의 이유였다. 하지만 김 관장은 “막상 박물관을 열고 나니 열기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며 “매번 일을 벌이지 말자고 다짐을 하면서도 어느샌가 새로운 기획을 하고 일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며 웃었다. 김 관장은 “자기 수집품은 자기가 소장하고 관리해야 그 가치를 계속 지킬 수 있다”며 그가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던 중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500여 개의 카메라를 수집했던 어른이 계셨는데 그분이 작고하시고 지방의 한 대학에 애장품을 모두 기증하셨어요. 그래서 한번 가봤는데 대학에서 전시만 해 놓을 뿐 전혀 관리를 안 하더군요. 귀한 카메라들이 그대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을 보니 내 소장품을 지자체나 대학에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박물관 일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 말고는 그 일을 해낼 사람이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 그는 ‘나는 이 박물관을 책임져야 할 운명인가보다’ 생각할 뿐이다.
이영진 관장은 “누군가 그의 수집품을 제대로 관리한다는 전제 하에 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생 박물관을 관리하고 악기를 사 모으는 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관장은 “요즘 박물관에 찾아오는 어린이들 중에 크면 악기 박물관장이 되겠다고 하는 애들이 있어서 그 아이들이 빨리 자라주길 바라고 있다”며 웃었다.
이젠 박물관 관장을 하기엔 체력이 달린다고 말하면서도 이 관장이 박물관 일에서 쉽게 손을 떼지 못 하는 것은 자부심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부산 용두산 공원에 두 번째 박물관을 열었다.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면서도 수집을 하고 박물관을 늘리는 그는 수집벽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을 것 처럼 보였다.
입력시간 : 2008/01/30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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