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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과 경제발전」 국제세미나
입력1996-11-30 00:00:00
수정
1996.11.30 00:00:00
◎“창조적 중기들이 국민경제 견인”산업연구원(KIET)은 29일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후원으로 「기업가 정신과 경제발전」에 관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스라엘 커즈너 교수(미 뉴욕대)등 기업사분야의 세계적 석학이 발표에 나서 기업가와 기업의 성장, 기업가정신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연계한 다양한 분석을 제시하고 곽수일·표학길 교수(서울대),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소장, 유승필 유유산업대표이사 등이 참가,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기업가정신 살리려면/혁신·활력·비전 보장 환경조성을/산업문호 개방… 도전기회 넓혀야
◇기업경영과 국가경제발전에서 기업가정신이 갖는 의미:이스라엘 커즈너(미국 뉴욕대 교수)
기업가정신을 활성화시키는 경제환경의 조성이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지난 30년간 한국경제가 보여준 놀라운 발전 뒤에는 기업가들의 비전과 강한 리더쉽에 뒷받침된 기업들의 성장이 있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에 의한 경제발전이 반드시 기존기업에 투입된 기업가적 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창조적이고 경쟁적인 아이디어로 기존 기업의 장기수익을 잠식하는 새로운 기업가의 참여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발전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활력이나 기업의지를 기존기업에 불어넣기 보다는 신규 기업가가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고 기존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렇다고 기존기업에 투입됐던 기업가정신이라는 희소자원을 새로운 기업활동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가정신이란 정책적 지원을 통해 강화돼야 할 만큼 희소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도처에 산재한 보편적 정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적 혁신, 활력, 비전이 기존·신규에 상관없이 전 기업활동에 자유롭게 확산되도록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제도적 환경은 기업가적 활력이나 에너지가 누구도 생각치 못했던 새 분야나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조성돼야 한다.
일단 제도적 환경이 조성되면 새로운 기업 아이디어가 지속적 검증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또다른 기업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기업활동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경제하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발견의 공존이 자연스럽게 경제발전을 야기할 것이다.
◎한·영 중기지원 실태/대기업 의존 양국 경제구조 비슷/중기단체 통한 자금지원 큰 성과
◇중소기업지원에 대한 영국한국의 비교:테리 거비쉬(런던정경대 교수)
한국과 영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에 크게 의존했던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미흡해서 경제 발전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한국은 「큰 것이 아름답다」는 미국의 생산양식을 일본의 대량생산 방식에 접목, 대기업위주의 경제성장 전략을 채택해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중요한 문제를 불러 일으켰다. 재벌의 등장으로 인한 독점의 폐해와 부패문제가 해결과제로 잠재할 뿐 아니라 대기업 우대 정책이 중소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한 것이다.
80년을 전후해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거대기업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안정과 형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책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특히 제7차 경제계획은 대기업의 소유권 분산과 전문경영체제 도입,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의 요인을 포함하고 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한층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도 한때 대기업부문에 집중됐던 정부개입적 산업정책 기조를 불개입으로 전환하고 정부 역할을 건전한 경제환경 조성으로 재정립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중소기업의 중요도가 높아짐에도 불구, 대기업들은 양질의 인력을 고용하고 자본과 신용을 더 쉽고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어 여전히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노동집약도가 낮아 임금상승을 주도하면서도 이에 따른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덜 겪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사업자협회와 정부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영국의 사업자협회는 중소기업에 대한 재원조달에 큰 역할을 했다. 사업자협회는 양질의 인력을 충원해서 그 기능을 강화하고 정부는 이러한 조직이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중소규모 단체들에 대한 자금조달에 나서야 할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의 성쇠/거대기업 흥망,국적보다 업종이 좌우/끊임없는 이노베이션만이 생존 보장
◇무엇이 세계적인 거대기업들의 흥망과 성쇠를 좌우했는가:레슬리 하나(영국 런던정경대 교수)
1912년 당시 세계 1백대 기업의 성쇠를 역사적으로 고찰해 보면 일반 인식과는 달리 기업의 국적과 성과는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기업 국적이 성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거대기업의 성과가 곧 국가경제의 번영을 결정짓지도 않는다.
가령 영국 기업을 미국이나 독일 기업과 비교하면 영국 기업이 역량의 보존·확대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나 이들의 생존력은 오히려 독일, 미국 기업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영국 기업의 경영성과가 상대적으로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경제는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 훨씬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 경우에서 보듯 거대기업의 성과는 국민경제와 그다지 연관성이 없다. 경제발전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성과와 연계돼 있다. 중소기업의 사업 관행은 국가의 제도에 보다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도제시스템이나 미국 소기업의 유동자본 접근은 모두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현상인 것이다.
반대로 기업의 성과에 대한 영향력도 국적보다는 산업간 차이가 더 크다.
1912년 당시 1백대 거대기업가운데 국적에 관계없이 50%가 광업, 섬유 및 피혁, 비철금속, 철강, 기계 등 5개 전통산업에 진출한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는 이들중 전통산업을 재빨리 매각했거나 신산업분야로 나선 기업들만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거대기업이 참여하는 산업이 사양산업인지 성장산업인지에 따라 기업의 성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성과의 차이는 산업간보다는 산업 내에서 더 뚜렷하다. 따라서 성공은 독특하고 수익성있는 기업경영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나라별 경제성과의 차이는 두가지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첫째는 중소기업이 근저를 이루는 국가별·지역별 제도로, 이러한 지역적 특성은 국제화나 동질화 압력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 둘째는 국제표준에 아직까지 흡수되지 않은 공공·통신부문이다.
또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대기업의 관심사를 중소기업에 강요하지 말고 대기업들로 하여금 새로운 경영방식을 개발함과 동시에 타기업의 방식을 모방토록 유도해야 한다.<정리=신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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