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인플루엔자A[H1N1]로 다국적 제약사들이 돈방석에 앉게 됐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 및 바이러스 치료제를 공급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로슈, 사노피 아벤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GSK는 현재까지 영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과 체결한 백신 공급계약 물량이 1억 5,000만 명분에 이른다. 이는 GSK가 한 해 공급하는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량과 맞먹는다. GSK는 증상을 완화시키고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항바이러스제인 '리렌자'도 보유하고 있다. GSK는 영국 정부와 1,000만 회 투여할 수 있는 레난자를 공급키로 하는 등 각국 정부와 6,000만회 분의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바이러스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스위스의 로슈 역시 수혜가 기대된다. 로슈는 최근 들어 각국 정부는 물론 개별 회사로부터 타미플루 공급 요청을 잇따라 받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6억 명분의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과 치료 보조제를 주문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매출로 환산하면 43억 달러에 달하며 앞으로 3억4,200만명 분의 백신과 치료제(26억 달러 어치)가 추가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건은 GSK와 로슈가 개도국 시장에서 18억 달러, 선진 시장에서 12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도 고민이 있다. 가격을 얼마로 책정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 것. 개발도상국들은 백신을 공짜 또는 매우 싼값에 공급해줄 것을 제약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실제 로슈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압력에 밀려 최근 타미플루의 가격을 인하했다. 신종 인플루엔자는 회복 기미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언스트&영은 영국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올해 경제 성장률이 3%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에서는 총 5만5,000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29명이 숨지는 등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한편 신종 인플루엔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9월 이후에는 하루 10만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올 겨울 6만5,000명에 이를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WHO가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수 등을 일일이 집계해 발표하지 않고 집단 발병이나 변종 바이러스, 새로운 증상 등 특이 사항에 대해서만 데 발표하기로 한데 대해 비난이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저개발국 입장에서는 WHO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 통로라며 정보 부족이 전염병 퇴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의 한 보건 관리는 "막대한 데이터를 보유한 WHO가 아무것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의료전문가 역시 "치료에 필요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이러스의 확산 추세를 확인할 수 있게 각국 비교 통계 역시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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