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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유럽각국 비난전 그만

배가 가라앉기 시작할 때 승무원들은 서로 남의 탓만 하며 싸움을 하곤 한다. 오늘날 유로존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정부들은 이처럼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싸움은 단지 자신들의 임무 수행에 실패한 데 대한 변명에 불과하다. 지난 주 빔 뒤젠베르그 ECB 총재는 연금개혁에 실패하고 유럽연합(EU)의 재정 준칙을 어기고 있다며 유럽 각국 정부들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금리 수준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유럽 지역의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ㆍ유로 환율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각각은 유로 지역 경제가 약해지고 있는데 대해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이들의 서로에 대한 비난이 과연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왜 ECB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연금 개혁과 재정 적자 문제 등에 대해 각국 정부들에게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일까? 연금 개혁의 부재는 유럽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이 통화 정책에 반응하는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공공 부채 문제는 견고한 통화정책을 추구하는 ECB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이 정도는 아니다. 장기 금리가 4% 밑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ECB가 슈뢰더에 대해 그의 임무를 수행하는 법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슈뢰더 역시 ECB에 대해 같은 것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슈뢰더가 제기한 문제는 중요한 것이다. ECB는 사실 유로존의 외적 경쟁력에 대해서는 별로 염려를 하지 않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금리를 결정하는데 있어 환율 문제 역시 고려돼야 한다. 강한 환율은 보다 낮은 인플레이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ECB의 정책이 다룰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즉 글로벌 차원의 환율 조정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아시아 수출 국가들의 상업주의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문제 해결에 따른 부담을 모두 유로존에 이전시키고 있다. 지난 2001년 1월 이후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1,740억달러 증가했으며 중국 역시 1.710억달러나 늘어났다. 전 세계 각국의 환율 조정은 서방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G7회담은 중국을 포함시켜 G8 회담이 돼야 한다. 보다 나은 통화정책, 구조 개혁, 장기적인 재정 안정 등은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개혁과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는데 매진하고, ECB 역시 자신들의 통화정책에 포커스를 맞추도록 하자.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며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일 수는 있겠지만,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는 치명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7월1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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