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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기류가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 시설을 해체하면 미국 역시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워싱턴 포스트(WP)의 22일 보도가 나가기 무섭게 백악관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9월 위기설`, `연말 위기설` 등 상황의 긴박성을 경고하는 발언들은 갈수록 빈도를 더하고 있다. 한마디로 오리무중인 셈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가 퍼펙트 스톰, 즉 거대한 폭풍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부인키 어려운 현실이다. 북한은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외신에서는 북한이 이미 3~4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보에 민감한 나라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는 정치권 전체의 초당적 과제가 됐으며, 이로 인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미국의 정책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반도 상황이 전쟁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의 경고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WP의 보도에 대해 국내에서는 미국의 북 핵 해법이 압박에서 대화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식 해석`일 공산이 크다. 부시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원한다는 사실은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의 손익계산서에는 경기부양에 실패할 경우 전쟁을 통한 지지율 제고 `항목`도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조정자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지는 않다. 중국 학계에서 평양 정권은 붕괴돼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은 지금 북한의 핵 도박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북 자동군사개입은 이미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만일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 북한에서 손을 뗄 경우 미국의 선제 공격 가능성은 더욱 배제할 수 없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재앙이다. 하지만 추위를 싫어한다고 겨울(冬)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 노무현 정부는 먹구름이 잔뜩 낀 망망대해에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돛대 하나만을 의지한 채 표류하고 있다. 한국호(號), 과연 어디로 갈까. <정구영(국제부 차장)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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