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쉬가 49분의 장고끝에 선택한 수는 실전보의 흑43이었다. 아무런 사전공작도 없이 적진 한가운데로 풍덩 뛰어든 것이다. “하긴 이렇게 뛰어들어도 잘 잡히진 않을 것 같군요.”(오모리8단) “글쎄요. 워낙 백진이 두터워서 흑이 살더라도 출혈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사카이7단) “어쨌든 박력이 넘칩니다. 세계 챔피언의 자신감 같아요.”(고마쓰9단) 일단 백44로 모자를 씌운 것은 절대수라고 볼 수 있다. 흑45로 횡보(橫步)했을 때 백의 응수가 어려웠다. 제일감은 참고도1의 백1이지만 그것은 흑2 이하 18까지 되었을 때 백의 포위망에 약점(흑이 A로 끼우는 맛)이 있으므로 더이상 추궁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실전보의 백46은 최선. 흑47에 21분. 백48에 37분. 쌍방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백48로 참고도2의 백1에 가만히 뻗으면 흑2가 수습의 맥점이 된다. 흑6까지가 필연인데 흑이 거의 수습된 모습이다. 흑49의 이단젖힘은 준비된 수. 이 수로 그냥 가에 두는 것은 백49, 흑나, 백다로 되어 흑대마가 간단히 잡혀 버린다. 흑49가 놓인 시점에 검토실에 들어선 오타케9단이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멋진 공방전! 역시 제한시간은 8시간쯤 되어야 바둑의 진미를 맛볼 수가 있어요.” 노승일ㆍ바둑평론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