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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금리인하 시사] 美경제 낙관론 확산 차단
입력2001-05-25 00:00:00
수정
2001.05.25 00:00:00
"저성장기조 장기화 가능성"특유의 언어 표현으로 뉴욕금융시장을 움직여온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들어 공개석상에서 금융정책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던 그가 24일 저녁 뉴욕을 찾아 이코노믹 클럽 강연을 통해 미국 경제의 저성장이 오래갈 것이며, 인플레이션 위험이 사라졌다고 말함으로써 오는 6월말에 또다시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그린스펀이 이날 뉴욕 월가에 던진 메시지는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지속할 것을 강조함과 동시에 경기 조기 회복을 예상하는 FRB내 낙관론을 불식시키고 경기 둔화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또한 중앙은행 최고 결정권자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중앙은행내 견해차이를 봉합하고 시장을 추스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FRB는 이미 지난 15일 금리를 내리면서 "예측가능한 미래에까지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었다.
이어 이날 그린스펀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찾아볼수 있다"며 "지난해 여름에 시작된 경기후퇴가 가격상승을 막고 있다"고 말해 추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 했다. 아울러 그린스펀은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 걷잡을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더 이상 금리를 내리지 말자는 FRB내 소수 의견을 일축했다.
같은날 로런스 마이어 FRB 이사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방문, "금리인하로 인해 장기적으로 걷잡을수 없을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도를 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어 이사의 발언은 그린스펀에 앞서 나온 것으로,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더 이상의 금리인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미 재무부 채권(TB) 10년물이 액면가 1,000달러당 7.5 달러나 폭락했었다.
그린스펀의 뉴욕 발언은 마이어 이사의 발언으로 움추러들었던 채권시장과, 최근 상당한 회복세를 보여온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그린스펀은 경기둔화 장기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중앙은행은 물론 행정부에 확산되고 있는 낙관론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심지어 부시 행정부의 폴 오닐 재무장관마저 최근 경기둔화가 끝났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그린스펀은 보다 신중한 입장에서 지속적인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할 것임을 강조했다.
그린스펀은 "저성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경기약세가 예상보다 더 심해질 위험성이 있다"며 추가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후퇴(recession)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와 같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지만, 워싱턴의 FRB 이사나 지방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은 낙관론을 피력해왔었다.
마이어 이사는 금리인하조치로 미국 경제가 3.5~4% 수준으로 성장세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로버트 패리 총재는 하반기에 'V자형 회복'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근 거시통계는 그린스펀 의장의 저성장 장기화론을 뒷바침하고 있다. 24일 발표된 미국의 4월중 신규주택 매매실적은 전년동기대비 9.5% 하락, 97년 4월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실업자가 늘어나 지난주 실업연금 신청건수는 예상보다 많은 1만5,000건에 달했으며, 올들어 3월까지 법원에 신청한 기업 파산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8% 늘어났다.
그린스펀의 신중한 경기 전망은 중앙은행과 정부내의 일부 낙관론이 금융시장 참여자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유발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할수 있다.
올들어 5번의 금리인하는 그린스펀 재임 14년 동안 가장 신속하고 큰 폭의 금리인하로 평가받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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