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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社 닮아가는 이통社

`대포폰ㆍ브릿지ㆍ공기계….` 일반인들이 쉽사리 알아듣기 힘든 말이지만 휴대폰 유통시장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얘기들이다. 남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폰을 함부로 개설하거나 숨겨진 번호를 복제해 버젓이 사용하는 등 불법ㆍ편법거래가 판치고 있는 게 국내 휴대폰시장의 현주소다. 요즘 이 같은 휴대폰시장의 행태를 들여다보면 불과 몇년 전 카드시장의 구태를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도 목에 휴대폰을 걸고 다닌다고 할 만큼 휴대폰시장은 이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신규 가입자는 사실상 중단된 터에 매출을 늘려야 하다 보니 갖가지 무리수와 마구잡이식 고객유치가 저질러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통신업체들은 대리점에 신규 가입자수를 강제로 할당하는가 하면 직원들을 동원하고 하도급업체에 멋대로 휴대폰을 떠넘기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기불황을 타고 다단계 판매업체들이 휴대폰시장에서 판치는 것도 심상치 않은 일이다. 카드사들도 마찬가지였다. 1인당 카드를 4~5매씩 안겨버린 탓에 새로운 고객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길거리 모집행위와 카드 발행 남발이 성행하고 기업형 모집인들이 오히려 카드사를 좌지우지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만만한 10~20대 고객을 주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도 비슷하다. 요즘 이동통신사들은 귀가 솔깃할 만한 브랜드를 내걸고 데이터 통신이나 고가의 부가 서비스를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발신번호표시ㆍ발신번호저장ㆍ컬러링ㆍ발신자애칭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게임 하나를 다운받으려면 2,000~3,000원을 훌쩍 넘어서고 영화나 TV에 정신없이 빠져버리면 몇십만원도 쉽게 넘어서게 마련이다. 수백만원을 넘는 요금청구서를 받아들고 망연자실해하는 부모들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카드사들도 특화 마케팅을 내걸고 10~20대 고객의 호주머니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다 결국 오늘의 비참한 상황을 맞고 말았다. 카드사 마케팅 부서는 한때 영화관ㆍ놀이동산 등 젊은 층이 몰리는 곳과 제휴관계를 맺기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비록 휴대폰의 연체금액이 적다고 하더라도 소액마저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 닥쳤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심각한 얘기일 수도 있다. 이통사들은 이렇게 코 묻은 돈을 빼먹다 보면 결국 겉으로 살찌고 속으로는 골병 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지금 휴대폰 가입자 3,000만명 시대를 자랑하며 최첨단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처럼 왜곡된 휴대폰시장 구조가 지속된다면 이통사들이 또다시 카드사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그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정상범(정보과학부 차장) ss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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